“You look like 권상우” 갈라파고스에도 한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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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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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산크리스토발 섬 주민들이 거실에 모여 한류 드라마인 ‘천국의 계단’을 시청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산크리스토발 섬 주민들이 거실에 모여 한류 드라마인 ‘천국의 계단’을 시청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산크리스토발 섬 주민들이 기자에게 건넨 첫 인사말은 “You look like 권상우(당신, 권상우 닮았어요)”였다.

배우 권상우를 닮았다는 칭찬보다 갈라파고스 주민들이 그를 알고 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알고 보니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지역 방송에서 ‘천국의 계단’이 방영되는 평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느라 거리가 한산했다.

스쿠버다이빙 용품 대여점을 운영하는 크리스티나 카스타뇨 씨(37)는 “매일매일 방송을 기다리는 게 힘들어 아예 DVD를 통째로 구했다”며 “어제 오후 6시부터 다 보고 나니 다음 날 오전 7시였는데 하도 슬퍼서 눈이 퉁퉁 부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주제곡인 ‘보고 싶다’는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한 여고생은 “권상우가 실제로 피아노를 잘 치느냐”고 묻기도 했다.

DVD 대여점에 가보니 대표적 한류 드라마인 ‘겨울연가’와 ‘대장금’뿐 아니라 2007년 방영된 ‘커피 프린스’도 인기 대여품목에 들어가 있었다. 가게 주인은 “한국 드라마는 보통 예약을 하고 2, 3주를 기다려야 빌려갈 수 있다”고 했다.

중고교에 다니는 딸 셋을 키우는 이사벨 모리엔테스 씨(43)는 “에콰도르나 미국 드라마는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너무 많은데 한국 드라마는 사랑의 순수한 감정을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줘 아이들이 감수성을 키우는 데 참 좋다”고 말했다.

갈라파고스에 부는 한류 열풍은 드라마뿐만이 아니었다. 가정집이나 상점에 있는 가전제품도 삼성이나 LG 등 한국산이 대부분이었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택시운전사 요세프 씨는 직접 “애니콜”을 외치며 “삼성 휴대전화는 갈라파고스에서 몇 안 되는 명품이고 젊은이들의 로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 중에 반갑지 않은 것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갈라파고스에 도착한 권영인 박사 일행은 주민들로부터 경계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보다 한 달 전, 북한 남성 3명이 갈라파고스를 찾아 주정부와 잠수함 공급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현지 주민들에게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행색이 지저분한 권 박사 일행 3명은 ‘북한에서 온 것 같다’는 오해를 받았다. 현지 주민들은 권 박사 일행을 볼 때마다 “남한, 북한 어디에서 왔느냐”, “한국에 전쟁 난다는 얘기가 많은데 괜찮으냐”고 묻기도 했다.

갈라파고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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