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내년부터 한 병원서 협진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이종승 기자
외국학교 잉여금 해외송금도 허용

■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방 송 민영미디어렙 도입 광고판매 자유화
의 료 건강관리서비스사 2011년부터 가능
콘텐츠 표준계약서 만들어 공정거래 유도

정부가 8일 내놓은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다. 서비스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稅制) 및 재정지원 혜택을 제조업 수준으로 늘려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 비만관리-금연도우미 회사 생긴다

이번 방안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안에 특별법 등으로 해당 분야 기업 활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1년부터 비만관리회사와 금연도우미회사, 운동처방회사와 같은 건강관리기업이 등장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민간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 제도 도입을 의료분야의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것은 국민의 소득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규모는 2006년 2조1000억 달러에서 2016년에는 두 배가량인 4조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1월부터는 한 병원 안에서 한의사가 의사, 치과의사와 함께 환자를 공동 진료할 수 있게 된다. 소아청소년과, 한방소아과, 소아치과 등이 있는 아동 특화 전문병원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한방 협진을 하려면 각각 양방과 한방 등 2개의 병원을 세우거나 양·한방 병원 간 협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의료법인이 마케팅과 인사, 재무, 구매 등의 서비스를 대행할 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10월까지 마련된다. 현행법은 의료법인이 의료행위 이외의 경영지원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 외국 대학 규제완화로 설립 유도

경제자유구역 내 초중등 외국교육기관에 입학할 수 있는 내국인 비율을 ‘재학생의 30%’에서 한시적으로 ‘정원의 30%’까지 높인 것은 외국교육기관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이 적어 재학생을 기준으로 내국인 입학 비율을 정하면 학교 설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송도국제학교가 개교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외국인 학생 부족이었다.

정부는 초기에 외국인 학생이 미달되더라도 내국인 학생 입학을 정원의 30%까지 보장하면 일단 학교의 설립과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 규정은 학교 운영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이후에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입학 비율을 7 대 3으로 맞출 방침이다.

외국교육기관이 결산상 잉여금을 해외로 송금(과실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과실송금을 허용한 싱가포르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등에는 해외 명문대 분교나 교육기관이 활발히 진출한 반면 한국에서는 이를 금지한 탓에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 설립된 외국 대학이 회계규정을 자국(自國) 기준에 따를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사(校舍) 등 설립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외국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형 풀브라이트 장학사업인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영리학교법인 허용 문제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시범사업 운영 결과에 따라 추후 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연내 선정

이르면 올해 안에 보도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다양한 방송 분야를 편성할 수 있는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선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종합편성 PP 승인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12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방송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또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역방송 등 취약 매체의 발전방안과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새로운 유형의 방송광고를 시행하는 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통신네트워크나 설비가 없어도 통신시장에 진입, 경쟁할 수 있도록 KT나 SK텔레콤 등 기존 통신사업자가 통신망과 설비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통신 재판매’ 제도를 상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마트나 신용카드사 등 통신업과 무관한 회사도 통신망을 빌려 자사(自社) 고객을 대상으로 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 사용자가 발견한 불법 저작물을 언제든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종합상황실’을 내년 중 개설하기로 했다. 콘텐츠 제공업체가 콘텐츠 유통업체인 포털로부터 부당 대우를 받지 않도록 다음 달에 표준계약서를 제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稅制) 개편도 추진한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대상에 고용 창출과 관련이 깊은 인력공급업 및 고용알선업, 콜센터, 텔레마케팅업 등을 추가하고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범위도 늘리기로 했다. 직업소개사업자가 기업에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는 범위도 현행 32개 업종에서 기업의 수요가 많은 업무를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영리의료법인 도입-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빠져
재정-복지부 이견에 제외

8일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는 허용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영리의료법인 도입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의료정보 포털을 통한 병원정보공시 등 의료분야 대책이 모두 빠졌다. 기획재정부는 발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3월에서 5월로 미루며 보건복지가족부를 설득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워낙 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허용과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윤 장관은 3월 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의약품 판매 장소를 편의점 등으로 다원화하면 매출이 늘어나 기업은 고용을 늘릴 수 있고 소비자 편익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 국회 답변에서는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포함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한국은 약국이 슈퍼마켓보다 많아 국민 불편이 크지 않다”며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반대했고, 영리의료법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왔다.

결국 재정부는 복지부 내에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해 의견을 수렴하고, 11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영리의료법인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의료정보 포털을 통해 병원의 진료비 등을 공개하는 방안도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정부 당국자는 “복지부 등에서 많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검토가 끝나는 대로 함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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