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그녀의 말 못할 고민 ‘냉증’… 면역력 저하가 원인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질염, 항생제 치료하면 면역력도 함께 떨어져… 한방으로 근본원인 치료

최근 ‘Gee’라는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9인조 그룹 ‘소녀시대’. 그녀들이 입고 나오는 컬러풀한 ‘스키니 진(바지통이 매우 좁은 청바지)’이 여성들 사이에 열풍이다.

스키니 진은 다리가 날씬하고 길어 보이는 데다 신축성이 뛰어나 입었을 때 편하다는 것이 장점. 특히 화사한 색상의 스키니 진은 봄 날씨와도 잘 어울려 패션에 민감한 스타들에게는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보기에는 예쁘고 섹시한 스키니 진. 하지만 여성 건강에도 좋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심하고 사람들의 옷은 얇아지는데, 이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신체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여성의 자궁과 질은 이런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부위. 스키니 진은 따뜻해야 할 아랫배의 온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통풍과 혈액순환을 방해해 세균이 증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여성질환전문 청담여성한의원의 맹유숙 원장은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통풍이 잘되게 해야 신체 스스로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고 각종 여성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과도한 냉증, ‘질염’ 위험 신호

여성의 아랫배가 차가워지면 냉이 분비된다. 차가운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신체는 열을 발생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비물이 바로 냉이다.

여성의 자궁경부와 질 입구에는 늘 약간의 점액이 존재한다. 그러나 내부에만 있을 뿐 생식기 밖으로는 배출되지 않는 것이 정상.

비정상적인 냉은 짙은 노란색을 띠거나 흰색 치즈와 같은 형태로 분비된다. 녹색이나 청색을 띠기도 한다. 악취가 나거나 가려움 증상을 동반하고 드물게는 하복부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냉이 분비되는 것은 이미 질염에 감염됐거나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다. 질염은 통풍이 안 되는 속옷, 꽉 끼는 거들이나 바지를 자주 입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또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생길 수 있다.

○ 항생제 치료는 재발 심하고 면역력 떨어져

여성이 가장 많이 앓는 질염으로는 ‘칸디다성 질염’과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다.

칸디다성 질염은 임신부나 당뇨병 환자들이 걸리기 쉽다. 속옷에 흰색 치즈 같은 냉이 묻어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분비물이 녹색을 띠며 가려운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면 나타난다.

서양의학에서는 질염을 항생제로 치료한다. 항생제는 세균 활동을 약화시켜 증상을 완화해준다. 하지만 신체 스스로의 치유능력도 함께 상실돼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청담여성한의원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에 더해 신체 면역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면역력이 높아지면 증상도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근본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재발도 거의 없다는 것이 청담여성한의원의 설명.

스트레스가 심한 환자에게는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심리치료는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를 막기 때문이다.

○ 스트레스와 비만, 여성 질환의 ‘적’

“산부인과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생리주기는 불규칙하고 생리통도 심하니 답답해요.”

질염과 함께 여성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생리불순과 생리통.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고 생리양이 많은 여성일수록 생리통이 심하다.

생리불순이나 무(無)월경을 겪는 환자 중에는 스트레스로 신체가 허약해져 있거나 과도한 비만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원인을 콕 집어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자궁내막은 한 달을 주기로 두꺼워지고 얇아지는 것을 반복한다. 내막이 두꺼워지는 것은 수정란을 착상시키고 보호하기 위한 것. 배란기가 지나도 착상이 되지 않으면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떨어지는데, 생리혈은 이 떨어진 자궁내막이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생리가 늦거나 주기보다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경우 혹은 혈이 뭉치는 현상은 자궁에 이상이 있다는 몸의 신호다.

맹 원장은 “여성에게 자궁은 매우 중요한 기관이므로 작은 이상 신호도 무시하지 말고 자궁과 질을 늘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체 기운 전반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 핵심

한방의 관점으로 볼 때 생리불순은 근본적으로 자궁을 튼튼히 하고 몸의 기운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먼저 뭉쳐 있는 어혈(瘀血)을 풀어주고 신체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정체된 자궁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또 주기적으로 좌욕을 해서 자궁과 질을 청결히 하는 것이 좋다.

구부정한 자세나 다리를 꼬아 앉는 습관은 여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

청담여성한의원에서는 여성의 치골(두덩 뼈)과 허리 같은 중요 관절의 위치를 바로잡는 ‘W추나요법’을 병행한다.

맹 원장은 자신이 직접 고안한 W추나요법에 대해 “뼈의 위치를 바로잡아 자세를 교정하고 비정상적으로 눌려 있던 신경을 되살린다”면서 “이렇게 하면 기의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자궁뿐 아니라 온몸의 기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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