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낡고 헌 피부 줄게, 새 피부 다오”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9분


흉터없고 안전한 ‘새얼굴 재생술’ 개발… 주름, 난치성기미, 여드름흉터에 효과 탁월

“항상 새로 나온 시술법으로 피부 치료를 받지만 만족스럽지가 못해요.”

진하게 팬 눈가 주름 때문에 매년 피부치료를 받는 최모(46·여) 씨의 말이다. 최 씨의 주름은 성형수술을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피부과 치료로 해결해보려고 피부과를 여러 번 찾았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고 말하는 최 씨. 그녀가 받은 치료는 주로 ‘박피 피부재생술’이었다. 피부를 벗겨내고 새살을 돋게 해 주름을 펴는 방법. 하지만 벗겨지는 피부의 깊이가 얕아 재발이 잦고 효과도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는 각질, 표피, 진피층으로 나뉜다. 주름은 피부 노화가 진행되면서 진피층 콜라겐이 줄어듦에 따라 생긴다. 잔주름은 진피층의 윗부분에 지고, 깊은 주름은 진피층 아랫부분에 잡힌다. 그래서 진피층까지 벗겨내 노화된 피부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이상 주름 치료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진피층의 중간층까지 치료해 주름을 말끔히 펴줄 수 있는 방법은 ‘심부피부재생술’뿐이다. 심부피부재생술은 치료가 어려운 눈가주름과 입술의 호두주름(호두처럼 자글자글하게 생긴 주름), 깊은 흉터, 난치성 기미, 오타 모반 등 색소침착 질환에 효과가 뛰어나다. 또 다른 장점은 피부의 탄력을 높여주고 단 1회 시술로 끝낼 수 있다는 것. 재발률도 낮고 효과도 10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심부피부재생술은 주름지고 흠집 많은 피부를 통째로 벗겨내는 ‘피부과의 페이스오프(Face off)’로 불린다.

이동원새얼굴피부과 이동원 원장은 “심부피부재생술은 ‘피부과 치료의 꽃’ 혹은 ‘피부과 치료의 최고봉’이라 불릴 만큼 어려운 시술”이라며 “효과 면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술은 고난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해 일반 피부과 의사들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심부피부재생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 헌 피부 녹이고 새 피부 살려

관절, 각막, 치아 등 한번 망가지면 재생이 불가능한 신체 부위와 달리 피부는 싱싱하고 어린 피부로 재생이 가능하다. 심부피부재생술은 강한 산성을 띠는 약물을 이용해 케라틴, 콜라겐, 엘라스틴 등 피부 단백질을 녹인 후 다시 생성을 촉진시켜 새로운 피부로 탄생시킨다. 약물로 피부를 녹여내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 일부가 아닌 전체를 진피층까지 완벽하게 벗겨낼 수 있다.

이 치료법은 1970년대에 미국 의사 베이커 고든이 처음 만들었고, 19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이스라엘 등지에서는 요즘도 선호하는 미용시술 중 하나다. 주름이 잘 생기는 백인의 피부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면서 수술하지 않고도 리프팅이 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심부피부재생술이 처음 한국에 전해졌을 때에는 이 시술이 동양인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었다. 백인의 피부는 흉터가 잘 생기지 않는 반면, 동양인의 피부는 표피층과 진피층의 두께가 얇고 멜라닌 세포의 활성도가 높아 시술 후 흉터나 색소 침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부피부재생술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국 의료진이 동양인에 맞는 시술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마침내 동양인에게 적합한 약물 혼합법과 도포 기술이 개발되어 보다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심부피부재생술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술되기 시작했다.

○ 유사치료에 속지 말아야

심부피부재생술은 시술하는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치료의 성패가 갈린다. 피부 상태와 흉터의 깊이 등에 따라 여러 약물을 혼합해 달리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을 바를 때는 한꺼번에 모두 바르지 않고 바르는 면적에 따라 시간차를 둬야 하는데, 이 때문에 결과에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바르는 약물의 양도 피부 상태에 따라 달라야 한다.

피부 표피층 아래 진피층의 중간층 하부에는 ‘그레이존(Gray Zone)’이라는 경계층이 있다. 약물이 이 경계층을 통과하면 시술 후에 흉터가 생길 수 있다. 그만큼 그레이존에 가깝게 약물을 침투시키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그레이존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적합한 약물을 직접 개발하고 약물의 혼합 비율, 도포하는 양과 방법 등을 수치화·체계화해 시술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동양인도 흉터 없이 시술받을 수 있는 심부피부재생술을 개발한 것이다.

시술법의 이름도 심부피부재생술의 효과를 그대로 드러내는 ‘새얼굴 재생술(DSR·Deep Skin Rejuvenation)’로 지었다. 이 원장은 ‘새얼굴 재생술’의 원리와 방법을 국내 피부과 전문의뿐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 의료진에게도 강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론을 바탕으로 수많은 연구와 시술경험을 갖추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100명의 의사를 교육시키면 1명의 의사가 성공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교수 시절 박피이론을 연구하고 임상실험을 했던 이 원장은 이 시술의 대가로 평가되는 브라질 의사 자인 오바지와 이스라엘 의사 마리나 란다우에게서 직접 의술을 전수받았다. 이 원장은 ‘화학 박피의 교과서’라 불리는 ‘미용피부외과학’의 화학박피술 파트 저자이기도 하다.

의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으로선 박피 시술의 다양한 종류와 효과를 일일이 알기 힘들다. 그래서 심부피부재생술이라고 받았던 시술이 사실은 일반 레이저 박피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이 원장은 “새로운 이름을 붙여 심부피부재생술이라고 설명하고 시술하기도 하는데 박피의 일종이긴 하지만 진짜 심부피부재생술의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면서 “유사치료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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