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그녀의 ‘페이스오프’는 무죄!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방송 출연 뒷얘기부터 친구도 몰라본 사연까지

“진순아, 무지 떨리는 일이 있어. 듣고 너무 놀라지 마.”

방송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친구가 말했다. 사춘기 시절부터 꿈꾸던 소원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녀에게 찾아온 행복을 시기한 탓일까. 그날 밤 암으로 투병 중이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7세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그녀는 동생을 위로하고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해야 했다.

케이블 방송과의 인터뷰 날짜는 아버지의 3일장이 끝난 다음날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떨어질 거라 예상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 방송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1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선택된 것이다. 늘 그녀에게 미안해하던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보낸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다.

케이블 방송인 올리브 TV의 ‘올리브 쇼-메이크 오버 스페셜 She’에서 마련한 무료 수술 이벤트에 선발된 회사원 전진순(23·여) 씨의 사연이다.

그녀는 라면조차 앞니로 끊을 수 없는 심한 부정교합 환자였다. 아래턱도 정상에 비해 20mm 넘게 튀어 나온 주걱턱이다. 제대로 씹을 수 없어 총각김치나 깍두기는 먹어본 적도 없었다.

12월 19일 기다렸던 수술을 받았다. 전 씨는 아래턱이 수평으로 과성장한 ‘하악전돌증’과 수직으로 과성장한 ‘턱끝거대증’ 등 두 가지 증상이 동반된 상태다. 부정교합은 앞니뿐 아니라 어금니까지도 아래위가 빗겨 닿을 만큼 증상이 심각했다.

그녀를 수술한 안면윤곽 전문병원인 프로필성형외과의 정지혁 원장은 “전 씨의 경우 심한 주걱턱 증상으로 씹는 힘이 많이 약했다”면서 “이 때문에 턱뼈가 정상인에 비해 많이 약하고 얇아 수술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 너무 겁이 나서 원장님만 믿었어요

수술 날짜를 잡은 뒤 전 씨는 자신이 받을 수술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1시간이 넘는 긴 상담을 통해 긴장을 풀어주고 꼼꼼하게 설명해준 정 원장의 “걱정 말라”는 한마디만 믿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뼈가 약한 데다 수술에 방해가 되는 사랑니까지 함께 발치하면서 수술시간은 평소보다 1시간이 넘는 3시간 반이 걸렸다.

마취에서 깨어나 처음 본 거울 속 모습이 진짜 자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수술 직후에는 붓기가 없어 얼굴 모양을 더욱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원장님이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 튀어 나왔던 턱은 18mm 정도 들어갔다. 아래로 자란 턱은 5mm 정도 줄었다.

정 원장은 “아래턱이 줄어든 실제 수치는 5mm지만 턱이 뒤로 들어간 효과까지 더해져 10mm 이상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자의 변신은 무죄

수술 후 다음 날에는 좀 부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붓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턱 수술 후에는 1, 2주 정도 심하게 붓는데 그녀는 유난히 붓기가 없었다.

“진순 씨 맞아? 얼굴 좀 자세히 보여 줘!”

수술을 준비하며 휴가를 냈던 회사에 열흘 만에 출근했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사무실에 들어선 그녀에게 동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대가 내심 즐거웠다.

몰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주걱턱이 사라지면서 얼굴 전체가 달라지다 보니 “코도 고친거야?”란 말도 들었다.

정확히 수술한 지 33일이 되던 날 1월 21일. 그녀의 사연이 드디어 전파를 탔다. 수술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뿐이지만 전 씨의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모델 변정수 씨는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다가 울음을 터뜨려 녹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방송 녹화를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메이크업도 받았다. 변 씨가 선물한 원피스도 입었다.

전 씨가 프로그램의 패널인 모델 김지갱 씨의 손을 잡고 무대에 등장하자 방청객들 모두 “와∼”하며 탄성을 질렀다.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흡사 모델 같았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의 카피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사진 많이 찍고 싶어요

전 씨에게 처음 주걱턱 증상이 나타난 건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사춘기 때부터 얼굴이 달라진 탓에 그녀에게는 청소년기의 사진이 거의 없다. 주변에서 ‘주걱턱’이라고 놀려도 속상해하진 않았지만 유독 사진 찍는 것은 싫었다.

그러던 그녀가 요즘 셀카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친구들이 사진 좀 그만 찍으라고 핀잔을 줄 정도다. 지난 설 연휴에는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 놀러가 한껏 멋을 내고 사진도 찍었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화장품도 샀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자꾸만 꾸미고 싶다. ‘거울 공주’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정 원장은 “주걱턱 수술은 6개월 정도 지나야만 완전히 자리를 잡기 때문에 아직 어색한 모습이 조금 남아 있다”면서 “앞으로 치아교정을 통해 교합을 정확히 맞추면 훨씬 더 예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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