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반년째… 산간-섬지역 “물 좀 주소”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바닥 드러낸 낙동강 상류겨울 가뭄 때문에 물이 부족해 고통받는 지역이 늘고 있다. 12일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상류의 모습. 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 하천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사진 제공 서울신문
바닥 드러낸 낙동강 상류
겨울 가뭄 때문에 물이 부족해 고통받는 지역이 늘고 있다. 12일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상류의 모습. 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 하천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사진 제공 서울신문
9월 이후 강수량 평년의 절반도 안돼

지하수가 짠물… 급수차로 식수 공급

기상청 “5월까지 가뭄 계속 이어질 것”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 지난해 여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뭄이 겨울까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각 지역에서는 식수와 농업·공업용수가 모자라 아우성이다.

“빨래는 일주일씩 모아서 한꺼번에 합니다. 목욕은 꿈도 못 꿔요. 그 양반(소방서 직원)들도 한번 오려면 고생인데 나 편하자고 수시로 부를 수도 없고….”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1리 작은천 마을의 안병동(52) 씨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15가구 40여 명이 사는 오지마을인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용천수를 물탱크에 저장해 쓰면서 살았다.

하지만 가뭄이 계속되면서 지난달부터 물이 나오지 않아 1주일에 두 번씩 소방서 급수 차량을 통해 물을 받고 있다.

안 씨는 “방학 전에는 중학생인 막내 아들이 아침 일찍 걸어서 20여 분 걸리는 아랫마을 고모네 집에 가서 세수를 하고 학교에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강수량은 이달(12일 현재) 0.6mm로 예년의 30.2mm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충남도 서산의 강수량은 0.0mm로 눈조차 내리질 않았다.

충남도내 947개 저수지 저수율은 71.5%로 전년 동기(93.9%)에 비해 훨씬 적다.

남부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구의 강수량은 761mm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1192mm에 비해 431mm나 적다. 경북도내 저수지 5580개의 평균 저수율은 64%로 예년(8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상청의 지상기상관측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수량(1028.3mm)은 1971∼2000년 평균(1315.9mm)의 78.1%에 그쳤다. 기상청이 자료를 낸 1973년 이래 5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해였다.

기상청은 “여름에는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되는데, 지난해는 그렇지 않았다. 7∼8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오래 머물렀고 9∼10월 동서고압대의 영향을 받으면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2,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많은 비를 뿌렸으나 지난해에는 1개만 영향을 미쳤던 점도 장기 가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상청은 12일 “올해 5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 부족은 상수도 시설이 없어 계곡물을 정화해 간이 상수도로 이용하는 산간이나 섬지역에서 더욱 심하다.

경남 통영시는 사량면 진촌마을과 용남면 의도 등 5개 마을 425가구, 주민 950명에게 식수운반선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통영시 사량면 진촌마을 김우곤(64) 이장은 “평소 식수로 사용해오던 지하수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소금물이 스며들어 그냥 먹을 수 없다”며 “통영시가 식수 운반선을 통해 식수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주민들은 큰 식수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깊게 판 샘 3, 4곳에서는 아직 짠물이 올라오지 않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마을 전체 주민(153가구, 336명)이 먹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북도에서는 8개 시군 105개 마을 주민 8835명(3741가구)이 가뭄으로 비상급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6개 시군 50개 마을 3363명(1421가구)이 급수차로 물을 배급받고 있고 나머지는 하루에 한두 차례씩 물을 공급받는 제한급수로 버티고 있다. 전북 군산시 무녀도와 선유도 등 2개 섬도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제한 급수를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은 12일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사북·남면 삼척시 도계읍에 공급하는 물 공급량을 30% 줄였다. 물 공급이 줄면서 태백시 문곡동 소롯골과 서학1리, 절골, 예랑골 등 고지대 주민 1040명(313가구)에 대한 물 공급이 중단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계속된 가뭄으로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는 겨울가뭄이 계속됨에 따라 댐 저수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역 상수원인 공산댐과 가창댐의 수돗물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강원도는 가뭄이 심해지면 해당지역의 리조트나 목욕장, 골프장 등 관광시설 물사용처의 사용량을 줄여나가며 급수확보 대책에 나서기로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통영=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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