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평가 공개 ‘쉬쉬’

  • 입력 2008년 11월 4일 02시 54분


복지부, 병원 서열화 우려? 부실평가 감추기?

해당 병원에만 비공개 전제로 점수 통보

“국민 알권리 위해 조사 한다더니…” 비판

보건복지가족부가 올해 6월 처음으로 국내 주요 대학 한방병원 평가를 실시했지만 당초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던 방침을 바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한방병원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12개 국내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에 대해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 병원은 경희대부속한방병원,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경원대부속한방병원, 동국대일산불교한방병원, 원광대익산한방병원, 대구한의대대구한방병원, 대전대둔산한방병원, 동신대부속한방병원, 동의대부속한방병원, 상지대부속한방병원, 세명대부속한병병원, 우석대전주한방병원 등이다.

복지부는 △환자의 권리와 편의 △진료체계 △감염·안전 관리 △진료의 질 향상 체계 △응급·야간진료서비스 △한약재관리 분야 등을 평가한 뒤 부문별 등급, 충족률(점수), 평균점수 등 평과 결과를 9월 말 해당 한방병원에 비공개를 조건으로 통보했다는 것.

당초 복지부는 한방의료기관 서비스 평가를 개시하면서 “한의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최초로 한방병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시범평가지만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평가 결과를 전반적으로 공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는 또 2009년부터 70병상 이상인 21개 수련한방병원으로까지 평가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성적이 낮은 일부 병원의 편의를 봐주고 평가 자체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 때문이란 분석이다.

경희대한방병원 관계자는 “전체 조사 대상 병원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병원 성적만 복지부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며 “성적이 좋은 편이라 공개하고 싶지만 복지부에서 인터넷 등 외부적으로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방병원을 양방의료기관 평가기준으로 실시해 평가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한방병원 관계자는 “평가항목 중 응급실 관리 점수가 낮게 나왔는데 사실상 급성 환자는 양방병원으로 가지 누가 한밤중에 한방병원 응급실을 찾겠느냐”며 “결과가 나온 지 한참 됐는데도 쉬쉬하는 것은 평가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의학정책과 관계자는 “첫 평가인 만큼 각 병원 간 점수 차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며 “11월 말 평가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의료 소비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병원별 평가 결과, 점수, 순위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연구인력, 과정 등 예산을 들여 평가한 만큼 결과는 일단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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