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사용 촛불의미 퇴색”…누리꾼 사이 자성 목소리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촛불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의 행진을 둘러싸고 누리꾼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 안티MB 카페 등에서 ‘청와대행(行)’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과격 시위’의 발단이 되는 만큼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일규’라고 밝힌 누리꾼은 “청와대 앞에서 외쳐서 들을 거였으면 시청 앞에서 외쳐도 들었다”며 “버스를 끌어내고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는 것은 우리 쪽에서 보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대중적 눈높이에서 보면 충분히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 ‘하늘과 강과 산’도 “우리의 목적은 청와대 진입이 아니다. 평화 시위를 통해 많은 분을 시청 앞으로 나오게 해서 국민이 무서운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앞에서 국민의 뜻을 알려야 한다”며 청와대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누리꾼 ‘짐승이라오’는 “청계천, 광화문, 시청광장 등으로 분산된 시위대는 효과 없는 시위를 하고 있다”며 “짧은 기간에 강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야 하고, 촛불을 들어도 청와대 앞에서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201KEI’도 “사람들이 청와대를 외치는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라’는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바가 청와대에 전달됐고, 정부가 바뀌고 있다면 그런 얘기는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문제 해결의 열쇠가 청와대에 있는데 청와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시민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시작돼 누가 가자고 해서 가는 단계를 넘어섰다. 우리 손을 넘어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촛불집회가 시간이 갈수록 과격한 양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8일 새벽 전경버스 창살을 뜯어내려는 일부 시위대를 향해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던 직장인 지모(25·여) 씨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세종로를 가득 메운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사 전달 효과가 있다”며 “‘비폭력’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애초에 불가능한 청와대 진격을 강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누리꾼 ‘희망세상’은 “일부 시민의 과도한 폭력은 지난 한 달간 촛불집회의 모든 성과를 날려버린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폭력은 경찰에게 폭력 진압의 명분을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촛불시위 현장에서 한 참가자가 전경에게 소화기를 휘두르는 사진과 외국에서 시위대가 경찰관에게 소화기를 던지려다 총을 맞고 사망한 충격적인 사진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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