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비만치료는 괴로워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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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선 미(美)의 개념이 서구와 다르다. 살찐 여성은 부(富)를 상징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결혼을 앞둔 모리타니 여성들은 경쟁적으로 살을 찌운다. 비만에 대한 태도는 사회에 따라 다르지만 비만이 건강의 적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모리타니 정부도 최근 국민을 대상으로 살 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비만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 약으로 다스리려다 골다공증 등 각종 부작용

남성은 체지방이 체중의 25%, 여성은 30% 이상일 때 비만으로 정의된다. 비만은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다. 지방이 혈관에 쌓이면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이 유발된다. 심혈관 질환은 돌연사로 연결되기 쉽다. 당뇨, 지방간, 만성피로도 비만이 주요 원인이다.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 부모가 비만하면 자녀도 비만하기 쉽다. 특히 어릴 때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면 성인이 돼도 수가 줄어들지 않고 크기가 커져 병적 비만 상태가 되기 쉽다.

과식, 운동 부족은 대표적인 비만의 원인이다. 이 밖에 폭식, 불규칙한 식사, 섬유소가 없는 음식, 야식 등도 비만 체형을 만드는 요소다.

비만을 약으로 다스리겠다는 발상은 100년 전부터 있었다. 1900년대 초반에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 있는 사람들은 살이 빠진다는 점에 착안해 비만 환자에게 갑상샘 보충제를 먹였다. 하지만 약을 먹었던 사람들이 정말로 갑상샘 기능 항진증에 걸리고 골다공증이 심해지는 부작용에 시달리자 이 방법은 폐기됐다.

염색약 성분이 들어간 약이나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등을 비만 치료제로 쓰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비만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건강이라는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결과가 나타나자 각국 정부는 이들 약의 사용을 규제했다.

몇 가지 약물 치료가 실패로 끝나자 비만 치료에 약을 쓴다는 건 위험한 시도라는 생각이 점차 확산됐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의 정신 분석가들이 대거 미국으로 망명했다. 비만한 미국인들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습관 교정과 행동 치료를 함으로써 비만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비만 치료를 시작했다.

○ 1980년대까지 행동의학적 치료가 주축

1980년대까지만 해도 행동의학적 치료가 비만 치료의 주축을 이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로 미적 관점에서 비만 치료가 이뤄졌다. 의학계가 비만을 건강의 관점에서 치료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렙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렙틴의 발견은 비만 치료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전까지 많은 환자들은 비만클리닉을 들락거리며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해도 획기적으로 살을 빼지는 못하거나 일시적으로 살을 뺐으나 다시 찌는 요요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살을 빼지 못하는 사람은 ‘의지가 부족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인간의 의지로는 조절할 수 없는 호르몬의 역할이 밝혀지면서 약물 치료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타민’과 ‘펜플로라민’을 복합적으로 처방하는 ‘펜펜 요법’이 인기를 끌어 비만 환자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1997년 미국의 대표 의료기관인 메이요 클리닉이 ‘센펜 처방을 받은 사람들이 심장판막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서를 내놓자마자 이 치료법은 사라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리덕틸’(애보트)과 ‘제니칼’(로슈)이다. 이들 약은 작용기전이 다르다.

리덕틸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뇌 속에서 재흡수되는 과정을 차단해 포만감이 지속되게 해준다. 주로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나 고혈압 당뇨 등이 있는 BMI 27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 적용된다. 당초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 치료 효과가 탁월하자 아예 비만 치료제로 방향을 튼 경우다.

제니칼은 위와 대장에서 지방의 흡수를 최대 30%까지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이다. 하지만 지방이 흡수되지 않다 보니 설사를 하게 돼 불편한 점이 있다. 한 의사는 “제니칼을 복용하면 설사를 하기 싫어 지방을 덜 먹게 된다”며 “일종의 행동 치료를 유발하는 약”이라고 말했다.

○포만감 느끼게 하거나 지방흡수 줄이는 약까지

이 밖에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만 차단시키거나 몸 속 열량 소비를 유도하는 향정신성 계열 치료제도 있다.

리덕틸이 이달부터 의약품 재심사(PMS) 기간이 만료되면서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등 많은 제약회사들이 개량신약을 내거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애보트도 리덕틸의 약값을 43% 인하해 본격적인 비만 치료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술 요법도 있다. 복강경 수술을 통해 위의 윗부분을 밴드로 조여 주는 ‘랩밴드’ 시술, 위장 안에 식염수 팩을 넣는 풍선삽입술, 아예 위를 잘라내는 ‘배리애트릭’ 수술 등이 있다. 이런 시술은 약물로도 다스릴 수 없는 고도 비만 환자에게 일부 적용된다.

비에스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비만 치료제는 양날의 칼이라 전문가가 환자 상태에 따라 잘 처방해야 한다”며 “식사 조절과 운동과 약물은 비만 치료에 반드시 병행해야 할 친구”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힘 안 들이고 살빼는 법 없을까▼

자연식품-한방차 권할 만… 뛰기보단 오래걷기 효과

적게 먹고 자주 운동하는 게 살을 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의지도 있어야 한다. 운동의 종류에 따라 돈이 들기도 한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살을 빼는 손쉬운 방법도 있다. 자신의 생활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가지 습관을 고치면 살을 뺄 수 있다. 우선 먹는 양을 줄이기 힘들면 음식의 종류를 바꾸면 된다. 짜거나 기름진 음식, 단 음식은 칼로리 섭취량이 높으므로 피해야 한다. 가급적 싱거운 음식을 먹고 가공식품보다는 해조류와 야채 등 자연 식품을 먹어야 한다. 튀김이나 볶음보다는 찜, 조림, 무침 요리가 좋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비만 환자들은 먹는 음식의 양보다는 종류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아무런 생각 없이 먹는 과자 한 조각, 콜라 한 잔이 살을 빼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커피도 칼로리가 많다. 살을 빼려면 커피 대신 녹차, 둥굴레차 같은 차를 마시는 게 더 좋다.

자생한방병원 비만클리닉 박영은 원장은 “녹차는 칼로리가 거의 없고, 둥굴레차는 많이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했다. 살을 빼려면 몸을 움직여 섭취된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 힘들이지 않고 칼로리를 소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다.

비만 전문 클리닉 닥터포유 홍대점 박혜성 원장은 “걸으면 지방이 소모되기 때문에 살 빼기에는 뛰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며 “달리기는 힘들지만 걷기는 쉽고 오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원 등을 걷는 게 운동량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지만 마땅히 걸을 데가 없다면 활동량을 늘려서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 미국에서 운동하지 않고 살 빼는 꿈의 다이어트로 인기를 모은 ‘니트(NEAT) 다이어트’의 원리가 그것이다. 니트란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의 약자로 운동하지 않고 열량을 소모한다는 뜻이다. 빠른 걸음으로 걷기, 움직이면서 전화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할인점에서 카트 대신 바구니 이용하기, 지하철에서 앉지 말고 서서 가기 등이 니트 다이어트의 주요 내용이다.

365MC 비만클리닉 신촌점 김정은 원장은 “시간을 따로 내서 운동하기 힘들면 활동량을 늘리는 게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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