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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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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입버릇처럼 이 같은 말을 하거나 뭔가를 깜빡깜빡 까먹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제 늙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 아니라 노인성 우울증이나 치매의 초기 증상일 개연성이 있다.
노년기 정신질환은 청·장년기 정신질환과는 전형적인 양상이 달라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영조 이사장은 “한국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선 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에 노년기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노년기 정신질환은 자살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가족이 유심히 보살펴야 한다.》
● 치매는 노화 과정도 불치병도 아니다
국내 노인 인구의 8.3% 정도가 치매환자일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추정이다.
통상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나 불치병으로 오해된다. 하지만 치매는 분명히 의학적 원인이 있어 환자의 10∼15%는 원인 질환을 없애면 정상으로 회복되며 나머지도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치매의 원인 질환 중 대표적인 게 알츠하이머.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걸렸던 것으로 한국인에게도 이미 익숙한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는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병으로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가 알츠하이머 치매다. 20∼30%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병하고, 나머지 20∼30%는 뇌에 물이 고이는 수두증, 갑상샘기능저하증 등 내분비질환, 뇌염 등 감염성질환, 중독성질환 때문에 치매에 걸린다.
수두증, 내분비질환, 감염성질환으로 인한 치매는 상태가 심각하지만 뇌 자체가 변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회복이 가능하다. 10여 년 전에는 불치병으로 인식됐던 알츠하이머성 치매라도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이 개발돼 있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정인과 이사장은 “어떤 치매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다”며 “보건소나 지역정신보건센터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치매 선별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에 걸리지 않은 노인들도 깜빡깜빡 자꾸 잊어버리는 수가 있지만 최근 대화 내용,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찾거나,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반복되면 초기 치매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몸이 아프거나 가성치매로 착각하는 노인 우울증
노인 우울증은 치료 시 회복이 빠르지만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질환이다. 노인 우울증은 청·장년기 우울증과 달리 우울이나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소화가 안되고 가슴이 답답하고 화끈거리는 등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 쉽다. 노화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정신질환이 생기면 신체 증상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교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서양과 달리 노인들이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를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기도 한다. 노인이 신체 증상을 2주 이상 호소할 경우 신체검사를 해 본 뒤 이상이 없으면 정신과를 찾아가는 게 좋다.
노인 우울증은 때로 치매와 혼동되기도 한다. 실제 우울증 때문에 기억력 감퇴가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해 ‘가성(假性)치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매로 착각하면 우울증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치매와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를 구분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진짜 치매는 시작된 시기가 애매하지만 가성치매는 ‘3개월 전’ 등으로 시기가 명확한 편이다. 또 갑자기 기력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안 하려 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면 가성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인지도 검사를 하면 치매 환자는 열심히 대답하려고 하지만 가성치매 환자는 만사가 귀찮기 때문에 생각하지도 않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는 기억력이 본질적으로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 기억력이 회복된다.
(도움말: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정신과 이동우 교수, 건국대병원 정신과 유승호 교수)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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