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폭행당한 여성 “4년간 기다렸는데…어이가 없다”

  • 입력 2007년 3월 14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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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기다렸는데 단 하루 만에 잡히다니…. 어이가 없었어요. 너무 어이가 없어 눈물도 안 났습니다.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4년간 방치됐던 ‘지하철 폭행 사건’의 피해자 신모(25) 씨가 누리꾼들의 요구로 경찰 재수사 하루 만에 범인이 검거된 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1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감사하다. 어쩌면 묻혀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인터넷 때문에 수사가 착수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터진 뒤 경찰에 의뢰하고 청와대에 민원도 넣어봤지만 누구도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다”며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사건을 수사하시는 형사 분이 묵과해 수사가 진행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4년간의 상처가 떠오르는 듯 “가해자가 하루 만에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며 “말을 안 해도 다른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았다”고 울먹였다.

신 씨는 전날인 13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 “얼굴도 모르는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며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2차 조사를 하면서 대질 조사를 받게 됐는데, 그 분은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그 일을 잊어버릴 수도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그 분은 4년 동안 편하게 잘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전 지하철도 못타고 사람 보는 게 무서워 너무 힘들었다”며 “왜 도망갔냐는 말에 그분이 ‘지하철 안에서 그렇게 싸웠는데 창피하지 않느냐. 그래서 도망갔다’고 하셨다. 이젠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그분들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반짝하고 시간에 묻혀 또 흘러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이말 밖에 드리지 못해 너무 송구스럽다. 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12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3년 5월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함께 타고 있던 신 씨에게 뚱뚱하다며 모욕적인 말을 하고 항의하는 신 씨를 폭행한 혐의로 강모(32) 씨를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신 씨는 사건 발생 이후 줄곧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가해자의 신원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미뤄왔다. 결국 신 씨는 지난 7일 포털사이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4일 만에 조회수가 8만여 건에 이르자 경찰은 11일 재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신 씨가 ‘가해자의 친구’라고 주장했던 류모(33) 씨를 추궁해 강 씨의 신원을 확보, 하루 만에 검거했다.

▶피해자 신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 전문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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