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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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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를 찾은 젊은 여성들은 사진을 들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황신혜와 강수연, 1990년대 중후반에는 김희선과 고소영의 눈 코 입 등 특정 부위만을 오려낸 잡지 사진이었다.
“똑같이 해 주세요.” 1990년대 ‘성형미인’들이 성형외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다.
#2 2000년대
성형외과를 찾으면서 인기 연예인 얼굴의 특정 부위와 똑같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막연히 예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과거에 비해 줄었다.
“김태희 얼굴형으로 해주세요.” “분위기 있는, 인상 좋은 얼굴형으로 해주세요.” 2000년대 성형외과 의사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한국에서 미용 성형수술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들어 미용 성형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내가 원하는 얼굴로 만들고 싶다.’
수술대에 오르는 이유는 1990년대나 2000년대나 같다. 하지만 원하는 얼굴을 만드는 목적과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 성형수술의 트렌드는 예쁜 눈과 코, 입을 만드는 ‘부위별 수술’이었다. 쌍꺼풀 수술과 코를 높이는 수술이 대표적인 부위별 수술이다.
2000년대의 성형 트렌드는 얼굴형을 바꾸는 ‘안면윤곽수술’이다. 계란형 얼굴, 또는 갸름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사각턱과 광대뼈를 축소하는 수술이 여기에 속한다.
전체 미용 성형수술의 60%가 여전히 부위별 수술이지만 안면윤곽수술의 증가 추세는 가파르다. 성형 턱교정 수술 연구회는 “1990년대에는 대학병원에서도 안면윤곽수술은 한 달에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고 개인 클리닉에서는 시술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전체 미용 성형수술의 25∼30%를 차지할 만큼 많아졌다”고 말했다.
○ 이미지 시대의 도래
안면윤곽수술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술 장비와 기술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수술 시간이 단축됐고 회복 기간도 평균 2, 3주로 짧아졌다는 게 큰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지 시대’의 도래와 더 큰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5, 6년 전만 해도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 10명 중 8, 9명은 ‘무조건 예뻐지고 싶다’는 막연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술을 받으려는 동기가 구체적이며 현실적이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인상이 좋게 보이려고…’ ‘편안한 느낌을 풍기고 싶어서’ ‘분위기 있게 보이고 싶어서’라고 한다.
5년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에서 개원한 이민구 원장은 “직장생활과 대인관계에서 호감을 주고 싶어 성형수술을 고려하게 됐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안면윤곽수술 중에서도 사각턱과 광대뼈 축소 수술이 두드러지게 많은 것은 사회생활과 대인관계를 고려해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는 게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이 원장은 “병원을 찾는 대학생의 3분의 2가량이 방송, 호텔, PR, 항공사처럼 이미지가 중요한 분야의 지망생”이라며 “20대 중후반 중에도 강한 인상 때문에 취업 면접에서 자주 떨어져 인상을 부드럽게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젊어 보이고 싶다
최근에는 40, 50대도 이미지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방편으로 성형수술을 택한다.
이들을 수술대로 이끈 성형수술의 테마는 ‘젊은 얼굴 만들기’.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평균수명 연장이 맞물리면서 최대한 오랫동안 젊게 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젊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적용되는 성형수술도 얼굴의 특정 부위보다는 얼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수술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고경석 교수는 “얼굴 전체적으로 처진 피부를 끌어올리고 주름을 없애 주는 성형수술이 40, 50대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실리콘으로 된 가느다란 실로 잡아당겨 늘어진 턱살이나 미세한 얼굴 주름을 없애 주는 ‘미니리프트’와 얼굴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보톡스 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마를 비롯해 얼굴의 특정 부위가 너무 꺼져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몸에서 지방흡입수술로 채취한 지방을 주입하는 ‘자가 지방주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엔 남들에게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는 몸을 보여 주고 싶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고 교수는 “2, 3년 전만 해도 가슴 확대와 허벅지 지방제거 수술은 20대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30, 40대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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