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속의 性이야기]‘일’ 치른 뒤의 ‘볼일’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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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한동안 연락이 없던 여자 후배한테서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어쩐지 불안한 목소리.

“선배, 저기 나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응, 저기 소변 눌 때 피가 많이 나오고 배가 아프면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하겠지?”

“뭔 소리냐?”

“실은 내가 오늘 새벽부터 갑자기 소변에 피가 많이 나오거든. 배도 아프고, 소변도 너무 자주 마려워. 나 어떡해? 암이야?”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니 후배가 요 며칠간 여행을 다녀왔는데 시차 때문에 잠을 잘 못자고 끼니도 잘 못 챙겨 먹었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남편과 잠자리를 하고 나서 새벽부터 갑자기 그렇다는 거다.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고, 요도도 찌릿찌릿 아프고, 아랫배도 아프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가 않단다. 바쁘게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어느 순간, 소변보고 나서 물을 내리려고 보니 변기에 헉! 피가 새빨갛게 고여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들어보니 급성방광염이다.

급성방광염은 여성들에게 아주 흔한 질환이다. 여성의 요도는 해부학적으로 위치상 질 입구와 아주 가깝고, 길이도 4cm 정도로 남성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외부의 세균들이 쉽게 방광으로 침범할 수 있다.

그래서 방광염이 주로 성관계 후에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밀월 방광염(honeymoon cystitis)이라고도 한다. 병 이름은 달콤 짜릿(?)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증상은 당사자를 정말 괴롭힌다.

다행히 그다지 심각한 병은 아니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로 2, 3일 이내에 증상은 사라지게 된다.

방광염은 자주 재발할 수 있으므로 평소에 배뇨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용량의 소변을 일정 간격으로 배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은 어떤 경로로든 방광 안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세균을 방광 점막으로부터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보통 하루 5, 6회 정도, 서너 시간마다 한 번씩 소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평상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평소 성관계를 한 후 잘 생기는 편이라면 성관계를 하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므로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불결한 성관계를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관계 전후로 충분히 수분 섭취를 하고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자주 재발하는 경우에는 비뇨기과 의사와 상의하여 억제적 또는 예방적 항생제 치료 요법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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