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박 사이트 개설 29억 챙긴 운영자 구속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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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진이 이용한 프로그램. 화면 왼쪽 창에 게임 참가자의 모든 패가 알파벳과 숫자로 표시된다. ‘H9’는 하트 9번, ‘C9’는 클로버 9번이다. 사진 제공 경찰청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진이 이용한 프로그램. 화면 왼쪽 창에 게임 참가자의 모든 패가 알파벳과 숫자로 표시된다. ‘H9’는 하트 9번, ‘C9’는 클로버 9번이다. 사진 제공 경찰청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상대방의 패를 모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십억 원대의 사기도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운영자가 직접 사기도박을 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사기도박을 한 혐의(사기 등)로 김모(49), 신모(34)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 사이트에 투자하거나 도박을 했던 4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04년 11월 국내 유명 게임업체에서 온라인 도박 프로그램을 8000만 원에 구입한 뒤 캐나다의 서버를 빌려 도박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 회원은 모두 8만여 명. 이 가운데 944명이 210억 원대의 판돈을 걸고 고스톱이나 포커를 즐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운영진은 이들로부터 미국 달러를 송금 받고 사이버머니를 줬다. 송금 수수료 5%와 승자의 수익금 5%는 운영진이 챙겼다.

하지만 수익금 액수가 예상보다 적자 이들은 프로그램을 조작해 상대방의 패가 화면에 보이도록 만든 뒤 사기도박을 했다.

예를 들어 ‘맞고’(둘이서 하는 고스톱)를 치면 1∼10번은 자신의 패, 11∼20번은 상대방의 패, 21∼28번은 바닥에 깔린 패, 29∼51번은 쌓여 있는 패 등으로 구분해 화면에 뜨도록 했다.

김 씨 등은 이런 방법으로 1년 5개월 동안 29억 원을 벌었다. 모 회사의 경리직원은 이들에게 1억2000만 원을 잃었고 통신회사 직원은 1억여 원을 잃었다.

경찰은 도박자금으로 3만 달러(약 3000만 원) 이상을 쓴 가입자를 입건 대상으로 정하고 회원인 서울시 구청 공무원 3명과 군인 2명, 교사 1명의 이름을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영진이 상대방의 패를 보기 위해 게임 프로그램을 조작했는데 수법이 아주 간단했다”며 “시중의 게임 프로그램을 조금만 변조하면 얼마든지 사기도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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