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손질이 병 치료보다 어려워요" 머리 깎아주는 의사

  • 입력 2005년 9월 29일 17시 13분


"머리를 손질하는 게 병을 고치는 것보다 어려워요."

흰 가운을 입고 불우한 이웃의 머리를 깎아주면서 인술까지 베푸는 의사가 있다. 주인공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 유덕기내과의원의 유덕기(50·柳德基) 원장.

그가 '미용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의료봉사를 위해 2001년 강화도를 찾으면서부터다. 주민들이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미용 봉사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 미용 봉사는 의료 봉사와 달리 팀을 이루지 않고도 언제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2002년 미용학원에 등록한 그는 1년여 동안 진료가 끝나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실습을 했지만 4차례나 미용사 자격시험에 낙방했다. 피부과학 공중위생법 등 필기시험은 한번에 합격했지만 파마와 신부화장까지 해내야 하는 실기시험은 넘지 못할 산처럼 보였다.

유 원장은 학원 측의 양해를 얻어 휴일에도 연습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6월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자격증을 딴 그는 병원을 찾은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기 시작했다. 요즘은 매달 한번씩 서울시 의료봉사단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하는 서초구 보건소를 찾아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유 원장은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을 모아 팀을 이뤄 전국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벌일 계획.

그는 "기동력 있는 봉사팀을 꾸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의료봉사와 미용봉사를 동시에 펼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