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뱃살은 뛰던 심장을 멈추게 한다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코멘트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협심증 수술을 받고 1주일이 지난 뒤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또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 운동 도중 심장마비로 숨지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심장’에 대한 걱정이 늘어만 간다.

심장동맥(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져 심장에 혈액이 잘 가지 못한다.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심장근육은 썩게 되고 발작을 일으킨다. 흔히 심장마비라고 부르는 이 상태가 바로 심근경색이다. 협심증은 혈관이 막혀가는, 심근경색의 전 단계로 보면 된다.

심장질환의 가장 일반적인 전조증상은 흉통이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통증이 목, 뒷목, 옆구리, 왼팔 등으로 확산된다. 협심증의 경우 5분 이내에 통증이 사라지지만 심근경색일 때는 30분 이상 지속된다. 이럴 땐 즉각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나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10월 3일은 ‘세계 심장수호의 날’. 내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 매년 질환 여부 체크해야 할 잠재 환자 많다

세계심장협회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27개국 의사 2672명을 대상으로 심장병을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의사의 60% 정도가 복부지방을 심장에 가장 큰 적(敵)으로 꼽았다. 복부가 비만한 사람은 곧 잠재 환자란 얘기다.

학회는 이어 허리둘레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권했다. 허리둘레가 남자 35, 여자 31인치 이상이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주기적으로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일반인의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국내의 경우 이 비율은 3% 정도로 더욱 낮았다.

사무직 종사자일수록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데 심장에 무슨 무리가 가겠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오래 앉아있기 때문에 복부비만이 될 확률이 높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더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 밖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 성인병을 가지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잠재적 환자로 봐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매년 심전도나 심초음파, 운동부하검사 등을 하는 게 좋다.

○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심장질환 25∼30% 줄어

가을로 접어들면서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심장질환의 발생률은 25∼30% 줄어든다. 놔두면 혈관 벽에 달라붙을 콜레스테롤을 에너지원으로 써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하고 무리한 운동은 다르다. 갑자기 심장발작이 생기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발작으로 인한 돌연사는 매년 1000명당 1, 2명꼴로 발생한다. 여자보다 남자가 4배 정도 많다.

무리한 운동을 했을 때 돌연사의 원리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의 심장발작과 같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혈소판이 더 응집되며 혈전이 잘 만들어진다. 콜레스테롤 덩어리는 부풀어 터지며 혈관을 막아버린다.

따라서 ‘과격한’ 운동 전에는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평상시 무릎이나 허리 등에 통증이 있었나. 둘째,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가. 셋째, 가슴 주변에 통증이 있는가. 넷째, 운동을 감당할 근력이 없는가. 만약 하나라도 ‘그렇다’고 생각되면 운동을 안 하는 게 좋다. 또 운동 도중이라도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중증 심근경색, 줄기세포로 고쳐요▼

줄기세포 치료가 심장질환에 잇달아 도입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혈관이 좁아진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된다. 4, 5년 전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활발히 연구됐으며 지금은 일부 병원에서 실제 치료에 시도되고 있다.

2003년 2월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 교수팀은 중증 심근경색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국내 처음으로 시도했다. 연구팀은 먼저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주입했다. 이 물질은 2001년 동물실험에서 심장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돼 2003년부터 사람의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어 말초혈액을 뽑아냈다. 그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심근경색이 생긴 부위의 동맥으로 주입했다. 그 결과 8명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태가 호전됐다. 이 중 일부는 심장근육 부위에 혈관이 재생돼 조깅이나 빠른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그동안 심장근육은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만 6개월이 지난 뒤 일부에서 재협착이 발생했다.

이달 초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김경수 교수팀도 급성 심근경색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다만 이번에는 스텐트를 삽입하고 4주가 지난 후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그 결과 25명 모두가 심장근육 내 미세혈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금까지 줄기세포 치료는 비교적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장기간 관찰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규모로 환자 치료에 이용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심장질환 예방 7계명:

① 채소와 과일을 다양하게 먹어라.

② 담배를 끊어라.

③ 짜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라.

④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즐겨라.

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라.

⑥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라.

⑦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자.

자료: 대한순환기학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