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연구단’ 16곳 내년 지원 끝나…첨단연구 막막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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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안해서 연구에 매달릴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연구할 의욕이 없다.”

24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창의적 연구진흥사업 활성화 방안 워크숍’에서 쏟아진 불만들이다. ‘창의연구단’은 현재 국내에서 개인 과학자로는 최대 연구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동료 과학자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아 왔다. 그런데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은 1997년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차세대 연구자를 육성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매년 5억∼8억 원씩 9년간 지원한다. 현재 57개 연구단이 나노 우주 생명 기계 등 다양한 첨단분야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자외선우주망원경(갤렉스) 프로그램, 차세대 항암단백질 발굴, 고효율의 태양전지 개발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쏟아내 왔다.

문제는 후속 대책. 1997년 선정된 창의연구단 16곳은 내년이면 지원이 끝난다. 하지만 후속 연계 프로그램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심화연구를 하고 싶어도 동일 주제로는 창의연구단에 다시 진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색다른 연구주제를 기획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졸업’을 앞둔 연구단으로서는 난감한 실정이다. 그동안 쌓아올린 연구성과가 연구실에 묻혀 사장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도연 교수는 “9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심화된 연구를 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안 보인다”며 “‘졸업생’ 전부가 아니더라도 ‘우수학생’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속연구의 필요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과학기술부 기초연구지원과 김창우 과장은 “중견 연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다만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3억∼4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창의연구단의 연구업적을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연세대 화학과 김동호 교수는 “초기에 시작한 연구단을 중심으로 논문의 편수와 영향력지수를 분석한 결과 연구의 질적 수준이 선진국의 70∼80%에 이르고 일부 분야는 세계 최고 단계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d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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