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진단]서울 민간 이송업체 실태

  • 입력 2005년 4월 29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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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구급차의 절반가량이 응급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급차를 운영하는 민간 환자이송업체의 83.5% 이상이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전국의 민간 이송업체 및 기관 73곳과 구급차 331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병원과 병원 간 환자를 이송할 때는 대부분 민간 구급차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송 도중 사망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실한 응급이송 실태=서울시는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복지법인 대한응급환자이송단을 이관받은 뒤 처음으로 민간 구급차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서울시내 민간 환자이송업체 6곳과 구급차 141대, 대한응급환자이송단 전국 67개 지부와 구급차 190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이송업체는 100%, 대한응급환자이송단은 83.5%가 응급구조사가 부족하거나 교육시설 등이 법적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331대 가운데 절반가량이 산소호흡기 등 필수 응급장비는 물론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사망사고가 난 경우도 있었다.

김모(55·서울 성동구) 씨는 지난해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남편 이모(57) 씨가 갑자기 호흡이상 증세를 보이자 병원에서 보내준 민간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차에는 운전사만 있었고 응급구조사와 응급처치 시설은 없었다. 상태가 악화된 이 씨는 응급 처치도 받지 못한 채 차 안에서 숨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인 이모(31) 씨는 “최근 울산의 병원으로 심장질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민간구급차를 이용했는데 자동제세동기와 같은 필수 장비도 없었다”면서 “만약 환자의 심장이 멈추기라도 했더라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원인과 대책=이 같은 장비 및 인력 부족에 대해 민간업체들은 “특수 구급차에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려면 대당 3000여만 원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응급구조사까지 확보한다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A 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이송료는 7, 8년 전에 책정된 것이어서 비현실적이고 그로 인해 의료장비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업체들의 부실 운영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개인이 구급차를 구비해 응급환자이송업체 명의로 등록한 뒤 영업하는 이른바 ‘구급차 지입제’가 횡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와 개인 사이에 금품이 오간 사실도 포착됐다”고 말했다. 지입제로 운영되다 보니 영리에만 급급해져 장비와 인력 등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

응급의료관련 전문가들은 “이송처치료를 현실에 맞게 올리면서 대신 부당요금을 못 받도록 미터기를 장착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인력 및 시설 미달인 업체에 대해 3개월간 유예기간을 준 뒤 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허가취소 등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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