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기금’ 감사]공무원-교수 벤처株 ‘뇌물 파티’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45분


감사원은 29일 정보통신부 현직 국장급 간부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원 및 국립대 교수 등 공직자 33명이 업무와 관련된 정보기술(IT) 기업의 주식을 공짜나 헐값에 사들여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이 중 혐의가 무거운 1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벌여 온 정보화촉진기금 사업집행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3조원에 가까운 정보화촉진기금의 운용 관련 비리를 막기 위해 기금 관련 산하기관 부서장 48명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기금 운용심의위원의 70%를 민간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기금 운영방식을 대폭 바꾸기로 했다.

▽‘정보 줄게 주식 다오’=정통부 공무원들은 6급 주사에서부터 3급 부이사관에 이르기까지 7명이 벤처 주식을 상납 받았다.

정통부 3급(부이사관)인 L씨는 2002년 2월 U사 대표이사 J씨에게 ‘선도기반기술 개발사업’ 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정부출연금 14억4000만원을 지원받도록 도와 줬다. 이후 이 회사 주식 500주(주당 5만원)를 2500만원에 사들여 코스닥 등록 후 1억1296만원을 벌었다.

정통부 우정사업본부 L씨(3급)는 1999년 12월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진흥연구원에서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한 I사 주식 2만주를 액면가의 절반에 사들여 49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또 같은 본부에 근무하는 B씨(4급)는 W사의 주식 2000주를 1000만원에 부인 명의로 사들이고 이 회사의 개발사업에 편의를 봐 줬다.

정통부 체신청에 근무하는 5, 6급 직원 4명도 공짜로 주식을 받거나 헐값에 사들여 수 천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국립대 교수까지 가세=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본부장(책임연구원)인 P씨는 99년 12월 J사에 2건의 기술을 전수해 주고 사례비 명목으로 회사 주식 3만5970주를 8035만원에 샀다가 나중에 처분해 4억307만원을 벌었다.

또 정보통신진흥연구원 융자팀장인 Y씨는 15억여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융자해 준 대가로 1272만원어치의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

국립 모대학교 공대 H 부교수는 정보통신진흥연구원 분과 평가위원으로 일하면서 N사 주식 1억8675만원어치를 거저 받았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정보기술(IT)주식 부당 취득사례▼

△정보통신부 직원 7명→업체에 정보 제공하는 등 직무상 편의제공 대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직원 18명→기술전수 공동연구 용역 제공 대가

△정보통신진흥연구원 직원 3명→정보화촉진기금 융자업체로부터 사례비 명목

△한국디자인진흥연구원 직원3명→데이터베이스 사업구축 수행 대가

△국립대 교수 2명→ 선정 평가위원으로서 해당 업체에 평가점수 높게 부여

자료:감사원

'정보화기금' 물의 電通연구원 '부패심각'

'납품업자로부터 골프채 세트를 상납 받고, 기술개발 공로자에게 줄 금메달을 전직 임원이 집에 가져가고...'

최근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하는 댓가로 해당업체로부터 주식을 무상이나 헐값에 상납받은 것으로 밝혀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내부적으로 이미 심각한 도덕적 해이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노조는 최근 발행된 노조 소식지에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소식지는 “연구원을 출입하는 납품 업자로부터 골프채 세트를 상납 받은 연구원들이 내부 징계를 받는 등 부정부패 수준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골프채 상납’에 대해 “전임 원장 시절에 발생한 일인데 3~4명의 연구원이 내부 징계를 받았다”며 “부정이 있어도 잘 알려지지 않고 설혹 징계를 한다 해도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지에 따르면 공금 횡령에 해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공로상을 받을 직원에게 주기위해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금 100돈(700만원 상당)이 없어졌는데 알고 보니 임기를 마친 회사 고위 간부가 집에 가져다 뒀다는 것.

7개월째 행방이 묘연하던 이 금메달은 노동조합이 나서서 도난 신고를 하려하자 이 임원이 “직원에게 직접 주려 했다”고 해명하며 가져왔다는 것.

노조는 “노동조합만 눈감고 있었다면, 이 금덩이는 연구원 밖의 어느 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실의 징계 의견 제시에도 연구원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노조는 이미 지난 5월 연구원측에 이같은 부패사례들을 밝히며 “이밖에도 연구용역 상의 각종 비리와 위탁과제 선정 비리 등도 알려지고 있어 부정부패가 구조화 조직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관련자 문책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7일 국책 연구사업 수주와 관련해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 ·현직 간부, 연구원 2∼3명이 긴급 체포된 데 이어 29일에는 주식부당취득 혐의로 감사원이 적발한 공직자 33명 가운데 가장 많은 18명이 이곳 직원이어서 ‘국책사업 비리’의 정점에 놓이게 됐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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