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인터넷 갤럭시’…인터넷이 바꾼 세계-바꿀 세상

  • 입력 2004년 4월 9일 17시 37분


◇인터넷 갤럭시/마뉴엘 카스텔 지음 박행웅 옮김/378쪽 1만6000원 한울

인터넷의 보급은 기업거래, 사업방식, 사회운동, 통치를 둘러싼 기존의 소통방식을 심각하게 바꾸는 결과를 동반했고, 그 양상은 기존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쉽사리 파악할 수 없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터넷에 의해 경제, 사회, 정치, 문화활동이 전 지구적으로 재구축되는 현상을 치밀하게 분석해내고 있다. 2000년대가 끝날 무렵부터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정보통신네트워크는 지구상의 수십억 사용자들을 동시에 묶는 한편, 그들이 꾸려가는 무수한 삶의 결절들을 은하수와 같이 흩어 놓고 있다.

1970년대 유럽에서 마르크스주의 도시사회학 이론을 정립했던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로 옮긴 뒤 주로 정보화가 가져온 근대사회의 변화를 연구하면서 일련의 저작을 출간했다. 1990년대 후반에 낸 ‘정보시대: 경제, 사회, 문화’ 3부작은 막스 베버의 명작 ‘경제와 사회’의 20세기 판에 해당된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그의 내면적 고민은 늘 자본주의에 관한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생산양식’이란 개념을 응용해 만든 ‘정보양식’이란 개념을 가지고 전자통신혁명이 가져온 소통관계, 가치생산방식, 사회적 상호작용체계를 분석하면서 후기 자본주의의 모순에 주목해 왔다.

2001년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출간된 ‘인터넷 갤럭시’는 그의 이런 관심을 좀 더 철저한 분석으로 옮겨낸 저작이다. 저자는 인터넷 창조의 기술 역사적 과정, 인터넷이 낳은 문화, e비즈니스와 신경제, 온라인 사회성, 인터넷 정치, 프라이버시와 자유, 인터넷 지리적 문제, 인터넷의 지구화와 디지털 격차 등의 쟁점을 풍부한 자료검색을 바탕으로 논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대가의 큰 안목과 치밀한 분석력의 조화를 바탕으로 인터넷의 사회성을 차별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인터넷과 관련하여 이 책의 논점은 근대사회의 형식성 해체에 관한 것이며, 이를 저자는 ‘자유의 복원’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은 단순한 통신기술과 도구가 아니라 근대사회의 형식적 발전 속에서 배제됐던 집단의 문화, 가령 컴퓨터 과학자, 해커, 반체제 문화공동체에 속해 있던 사람들의 문화를 소통시키고 이것이 경제, 사회, 정치의 재구축을 위해 사용되도록 했다. 그래서 인터넷은 기존 질서로부터 벗어난 무수한 자유 개인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들고 흩어지는 삶의 결절들을 가상세계 속에 은하수와 같이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성의 민영화(privatization)’를 초래한다.

이는 근대의 물질적 영토와 사회를 해체하는 것이면서 가상적 영토와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선택, 배제, 집중, 불평등 문제를 수반하고 있으며 이는 자본주의의 문제와 결부된다. 인터넷은 새로운 소통도구이지만, 자본주의의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 그 진정한 가치가 살아난다는 게 이 책이 던지는 실천적 메시지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 mrcho55@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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