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유료 온라인게임 편법 전화결제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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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씨(40·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최근 전화요금에 정보이용료 53만원이 함께 청구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족들을 다그친 결과 11세 아들이 부모 몰래 유료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면서 집 전화를 이용해 060전화결제 서비스로 결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전화에 이 같은 거액의 결제기능이 있는 줄 몰랐으며 아들의 게임 이용에 동의한 적이 없으므로 환불 받게 해 달라”며 최근 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환불을 받은 뒤 집 전화에서 060기능을 차단하기는 했지만 아들이 전화기를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는 김씨.

▽집 전화로 돈이 샌다=060, 080 등의 유선전화 결제 서비스를 통해 당사자 몰래 상당액의 정보이용료가 새 나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자녀들이 유료 온라인게임 회원 회비나 아이템 구입비로 부모 몰래 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선전화 결제의 불안전성을 악용해 정보이용료를 가로채는 사기사건도 증가 추세.

자영업을 하는 백모씨(42·대구 중구 남산동)는 전화요금에 정보이용료 10만원이 함께 청구된 것을 발견하고 아들을 다그쳤으나 아들은 “결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확인 결과 백씨의 아들은 ‘이벤트에 당첨돼 컴퓨터를 보내 줄 테니 080-○○○-○○○○으로 전화하라’는 e메일을 받고 무심코 전화를 걸어 인증번호를 입력했고 백씨가 결제한 돈은 엉뚱한 사람에게 사이버머니로 적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이 새는 이유=게임이용료를 결제할 때는 ‘인터넷상에 사용할 전화번호 등록(사용자)→e메일이나 휴대전화 단문메시지(SMS)로 사용자에게 인증번호 전송(업체)→080이나 060 번호로 전화한 뒤 인증번호 입력(사용자)→입력 전화번호와 발신 전화번호 일치 여부와 인증번호 확인(업체)→사이버머니 적립 및 결제’의 절차를 밟는다. 16자리 카드번호와 13자리 주민등록번호, 4자리 비밀번호 등을 알아야 하는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이 있어야 하는 무통장입금과 달리 눈앞에 전화기만 있으면 누구든지 돈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10대 사용자가 특히 많은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전화결제가 ‘밥줄’.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10대 고객의 90% 이상이 전화결제로 게임비를 내기 때문에 만약 전화결제가 없다면 당장 영업에 타격을 입을 정도”라고 전했다.

▽범죄로 발전=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최근 통신업체 수리원을 가장해 1670여가구의 전화기로 5500여만원을 결제한 김모씨(29) 등 두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은 통신업체의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주택가의 단자함을 뜯은 뒤 전화선을 미리 준비한 전화기에 연결해 기다리고 있던 동료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발신자번호표시(CID)로 표시된 전화번호를 이용해 전화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KT 데이콤 등 통신업체에 따르면 한해 060, 080 등 전화결제 규모는 2500억∼3000억원이며 이 중 수수료 500여억원은 통신업체의 몫.

통신업체들은 본인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르는 ‘뜻밖의’ 매출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기술로서는 보완이 힘들다”는 입장.

KT 관계자는 “통신업체는 결제 수단만 제공할 뿐이지 누가 돈을 내는지 알 방법이 없으며 안다고 해도 이를 막을 권한은 통신사업자가 아닌 게임업체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방법이 있다=현재 상황에서 부모들이 전화요금 ‘누수’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060, 080 등의 결제기능 자체를 차단하거나 △자녀와 대화를 통해 게임 관련 지출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 통신위원회 사무국 반상권 조사1과장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전자화폐 충전이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수화기를 든다”며 “사이버머니는 곧 돈이라는 사실을 자녀에게 이해시키고 각종 요금청구서나 통장 거래 명세를 꼼꼼히 살펴 부당 청구 내용이 있을 때는 통신위원회(1338)에 민원을 제기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결제기능 차단은 KT(100) 하나로통신(106) 데이콤(1544-0001) 온세통신(083-100)에 전화로 신청할 수 있으며 이때 날씨 여행정보 방송사 불우이웃돕기 등 060, 080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자녀관리 7계명 ▼

①자녀가 가입한 게임 사이트를 알아 둔다=14세 미만 미성년자는 게임 사이트에 가입할 때 팩스나 전화로 부모의 사전 동의를 받게 돼 있다. 이때 자녀가 가입한 게임 사이트의 이름을 메모해 놓으면 나중에 모르는 게임업체가 부당 청구할 때 쉽게 알아볼 수 있다.

②전자화폐 충전은 부모가 직접 한다=귀찮더라도 자녀에게 위임하지 말고, 직접 해 줘서 ‘게임비는 내 돈이 아닌 부모 돈’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③전화요금 청구서를 꼼꼼히 살핀다=흔히 자동이체로 돌려놓고 전화요금 청구 명세를 살피지 않아 수백∼수천원의 소액 결제액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2, 3개월 이상 모르고 지나치거나 액수가 적다고 무심코 넘기면 나중에 환불을 요청할 명분이 사라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④집에서 게임을 하도록 허락한다=집에서 못하게 하면 PC방에 가서 하게 마련. 집에서 일정시간 게임을 하도록 허락해 주는 게 전체 게임 시간을 줄여 주는 방법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 범죄율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⑤자녀 친구의 부모와 정기적으로 교류한다=일부 청소년은 부모의 동의가 없는 결제는 환불해 준다는 규정을 악용해 친구들끼리 짜고 상대방의 게임비를 자신의 집 전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거듭 환불요청이 이뤄지고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 나중에는 환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⑥부모의 건강보험증 신용카드 통장계좌 등 관리에 신경 쓴다=만에 하나 자녀가 부모 명의로 회원 가입을 한 뒤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할 경우에는 자녀에 대한 감독 및 관리 소홀로 인해 생긴 피해이므로 구제를 받을 수 없다.

⑦전화결제 기능을 차단한다=KT(100) 하나로통신(106) 데이콤(1544-0001) 온세통신(083-100)에 전화해 전화결제 기능 차단을 요청한다.

(도움말=정보통신부 NHN 웹젠)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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