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 방북 IT강의한 한양대 오희국-차재혁 교수

  • 입력 2002년 8월 26일 17시 49분


차재혁 교수(왼쪽)와 오희국 교수가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김선우기자
차재혁 교수(왼쪽)와 오희국 교수가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김선우기자
“인력 층이 아직 두껍지 못하지만 배우겠다는 열의만큼은 ‘A+’입니다.”

한양대와 북한의 대표적인 공과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이 맺은 학술교류협정에 따라 두 달 간 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보통신 강의를 하고 돌아온 한양대 전자컴퓨터공학부 오희국(吳熙國) 교수와 정보통신학부 차재혁(車宰赫) 교수는 북한의 정보기술(IT) 수준을 이렇게 평가했다.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두 교수는 26일 오전 11시 한양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달 동안의 북한 생활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서해교전이 일어났던 6월29일 북한에 도착한 두 교수는 서해교전 발생조차 모를 정도로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에 6시간씩, 일주일에 4일을 평양의 김책공대 분원 조선컴퓨터센터에서 강의에 몰두했다. 오 교수는 운영체제(OS) 분야를, 차 교수는 데이터베이스(DB) 분야를 강의했다.

IT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북한의 정책에 따라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대 출신의 최고 엘리트 120명을 가르쳤지만 막상 사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고 두 교수는 전했다.

오 교수는 “북한의 학생들은 유교적인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어 간단한 걸 물어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답을 했다”며 “교수들을 너무 어려워 해 학문적인 대화 외에는 말을 나누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학생들은 강의 내용 대부분이 그들에게 새로운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따라와 주었다는 것.

차 교수는 “결석자는 한 명도 없었고 숙제를 내주면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제출했다”며 “한 학생이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밝힌 북한의 IT산업은 아직 낙후된 수준. 김책공대가 내년 첫 컴퓨터공학 학사를 배출하는 수준이다.

오 교수는 “펜티엄III급 컴퓨터와 윈도98 영문 버전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리눅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학생들에게 정식 강의를 한 두 교수는 한 달은 평양호텔에서, 나머지 한 달은 보통강호텔에서 지냈다. 두 교수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호텔 주변을 산책하기도 했으며 묘향산에도 다녀왔다고 밝혔다.

한양대는 “곧 남북한 교수들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며 “학술교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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