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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9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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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소비자들 사이에는 ‘소프트웨어를 제값 주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정보보호 솔루션업체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국내 솔루션 개발업체들은 1999년 정부의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정보보호(보안) 분야 시장규모만 보더라도 연간 1000억원도 되지 않던 시장이 단속 다음해인 2000년에는 3배인 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던 솔루션업체들은 불법복제에 대한 ‘철퇴’에 힘입어 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관행은 지금도 쉽게 사라지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안업계에서는 “제2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철소연구소, 하우리 등 국내 백신업체에 따르면 국내 400여개 대학 가운데 정품 사용계약을 한 대학은 203개. 전체 대학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 가운데 백신 프로그램을 깔아놓지 않은 대학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는 불법복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백신은 다른 소프트웨어와 달리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위해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재계약률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 특히 대학은 99년 정품 백신 구매를 조건으로 불법복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2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국산 소프트웨어는 수업 진행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정품을 구매한다.
정부쪽은 어떨까. 정부의 입찰과정에서 경쟁업체간의 ‘제살깎기식 입찰경쟁’을 막기 위해 기술평가제를 도입하겠다던 방침을 한때 밝히기도 했으나 구체적 후속대책이 따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보기술(IT)이 산업으로 정착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다름아닌 정부와 공공기관입니다.” 최근 정부발주 프로젝트에 거의 원가 수준으로 입찰가를 써냈지만 밀려난 한 솔루션업체 관계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김창원
<경제부기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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