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참선 '마음의 때' 훌훌 몸이 훨훨

  • 입력 2002년 6월 16일 21시 26분


‘아!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각산 자락에 파묻힐 듯 들어앉은 청정 도량 길상사. 고풍스러운 멋을 한껏 뽐내는 건물들과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적막감. ‘탁 탁 탁’ 스님의 죽비소리가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 중인 일반시민 50여명 사이를 스쳐 지나고 나자 주변은 다시 깊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나는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참선이란 가부좌 또는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탐구하는 불가(佛家)의 수행 방법. 일반인도 수련할 수 있는 ‘시민 선방’을 운영하는 사찰에는 속세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고 정신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참선과 정신건강〓참선하는 사람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나는 어디서 왔는가’부터 시작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또 공기가 코로 들어와 빠져 나가기까지 몸의 호흡과정에 집중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오로지 자신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하기는 마찬가지.

초보자는 조용하고 쾌적한 곳에서 수련하는 게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너무도 적습니다. 목적도 없이 표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스스로를 냉철하게 관찰하는 것은 단순히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습니다.” 길상사 주지 덕조(德祖)스님의 말이다.

▽참선의 자세〓부처님 자세가 곧 참선을 하는 올바른 자세이다. 가부좌 자세가 쉽지 않으면 반가부좌도 괜찮다. 몸은 귀와 어깨, 코와 배꼽이 각각 수직이 되도록 허리를 곧추세워 앉는다. 앉은 자세가 편안해지도록 긴장을 푸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곧바로 몸을 세우면 쉽게 피로해진다.

눈은 반쯤 감고 시선은 한 곳에 고정시킨다. 오른손을 발 위에 가볍게 올려놓고 왼손을 오른손바닥 위에 포개어 두 엄지 손가락으로 둥근 원을 만든다.

숨은 가늘고 길게 내쉬며 수련 도중 호흡이 불규칙해지면 평소 숨쉬는대로 돌아간 뒤 천천히 다시 시작한다. 혀는 반드시 위로 구부려 입천장에 바짝 붙인다. 혀를 구부리면 소화가 잘 되고 몸의 기(氣)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불가에서는 보고 있다.

▽여름 참선 수련회〓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의 주요 사찰에서 초보자를 위한 참선 수련회가 열려 시민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대학교수와 의사, 변호사 기업체 임원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찾는다. 또 최근에는 상설로 운영되는 시민 선방과 함께 중고생 등을 위한 선 수련회도 생기고 있다.

대부분 3∼5일 코스로 운영되며 3만∼5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수련 기간에는 ‘발우 공양’ 시간에 채식 위주의 전통 사찰식을 맛볼 수 있다.

최근 유명 사찰들이 시민 선방을 중심으로 일제히 접수에 들어간 상태. 월드컵의 영향으로 아직까지는 접수에 여유가 있지만 참가자 수가 한정돼 있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올바른 선 수련 자세▼

▽앉는 자세〓결가부좌와 반가부좌가 있다. 결가부좌는 오른 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바짝 당겨 올려놓은 뒤 왼발을 오른쪽 다리 위로 포개어 올려놓는 자세. 반가부좌는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놓는 자세로 초보자들에게 적당하다.

▽손〓오른손을 발 위에 가볍게 올려놓은 뒤 왼손을 오른 손 바닥 위에 포갠다. 두 엄지 손가락을 세워 끝이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상태로 원 모양을 만든다.

▽눈〓정면을 바라보다가 눈동자만 35∼40도 아래로 내려 코끝이 살짝 보일 정도의 위치에서 시선을 고정시킨다.

▽허리〓몸을 좌우로 시계추처럼 흔들다가 앞으로 숙인 뒤 천천히 들어올려 귀와 어깨, 코와 배꼽이 각각 수직이 되도록 허리를 곧추세운다.

▽호흡〓가늘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뱉는다.

▽혀〓혀는 반드시 위로 구부려 입천장에 바짝 붙인다. 혀를 구부렸을 때 침이 입안에 가득 고이면 한꺼번에 삼킨다. 침을 조금씩 자주 삼키면 그만큼 집중하기도 어려워진다.

(자료:길상사 시민 선방 ‘맑고 향기롭게 수련 교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