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리모컨 조종 생체로봇쥐 '랫봇' 등장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생쥐를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붕괴된 건물 잔해 등에서 인명을 찾아내는 위험한 작업에 생쥐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뉴욕주립대의 존 채핀 교수가 이끄는 생리학연구팀은 2일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생쥐에 3개의 전극봉을 집어넣은 뒤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 생쥐의 행동을 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3개의 전극봉은 뇌 안에서 즐거움과 보상을 느낄 수 있는 부위와 얼굴의 좌우 수염다발에 각각 1개씩 이식된다. 그런 뒤 생쥐에게 왼쪽으로 움직이도록 왼쪽 수염에 신호를 보내고 실제로 왼쪽으로 움직이면 보상을 느낄 수 있는 부위에 전기 자극을 준다. 만약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기 때문에 생쥐는 자연 컴퓨터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는 것.

일명 ‘랫봇(ratbot)’이라고 불리는 이 생쥐는 컴퓨터의 지시대로 나무를 기어오르고 뛰어내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들이 싫어하는 밝은 곳에도 서슴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고 이 팀은 밝혔다.

이 기술을 응용,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랫봇에 장착할 경우 건물이 붕괴된 잔해에서 사람들을 찾아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뇌의 보상 감각 기능을 자극해서 생쥐를 움직이는 것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생쥐가 아닌 사람이 생체 로봇의 실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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