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흡연은 질병이다

  • 입력 2002년 1월 13일 17시 29분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바로 질병입니다.’

국내에서 최근 금연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아직 많은 흡연자들은 왜 남의 기호(嗜好)에 간섭하느냐고 볼멘 소리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흡연을 기호나 습관 차원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중독 질환으로 규정한다. 또 흡연 이후 생기는 각종 질환을 ‘흡연이 유발하는 질환’에서 ‘담배 중독의 합병증’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 정신과 의사들의 질병진단목록인 DSM-Ⅳ에는 흡연이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마찬가지로 ‘의존적 정신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 美 '의존적 정신질환' 분류

흡연은 다른 중독 질환과 마찬가지로 뇌의 일부 시스템이 고장난 ‘뇌의 병’이라는 것이다. 즉 뇌의 시상하부와 편도핵이 속한 변연계의 이상 때문에 인체에 쾌락감을 주고 진통 작용을 하는 뇌분비 물질인 도파민 베타앤돌핀 엔케팔렌을 잘못 분비하는 시스템 고장인 것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1998년 ‘담배가 마약으로 분류된 마리화나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고 호흡기 폐해가 더 심하다’는 ‘비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WHO가 15년간이나 숨겨뒀다가 흡연의 폐해를 방치할 수 없어 마침내 발표한 것이다. 이어 2000년 영국 왕립의사회는 흡연을 마약 중독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뇌, 유전자, 분자 차원에서 어떻게 니코틴 중독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고 있으며 ‘흡연이라는 질병’을 고치기 위한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미국의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먹는 약으로 개발한 ‘자이반’은 치료제로 이미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해 간질 치료제 코피라메이트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벨기에에서는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뇌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금연 백신의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최근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흡연을 ‘치료’하는 클리닉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

◆ 마리화나보다 중독성 강해

담배 중독의 합병증으로는 이미 폐암 후두암 식도암 인두암 구강암 심장병 등이 알려져 있다. 흡연자는 폐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15∼64배나 높고 후두암은 6∼16배나 된다. 이밖에도 합병증은 수없이 많다. 의학계는 흡연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질환으로 다음과 같은 병을 꼽고 있다.

▽만성폐쇄폐질환(COPD)〓미국에서 심장병 암 중풍에 이어 사망원인 4위의 질병. 기침 가래 등의 증세가 생기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고 악화되면 하루 최소 15시간 고압 산소통이나 휴대용 액체 산소통 등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남성 기능 축소〓발기는 음경 혈관에 혈액이 꽉 차서 팽창하는 것. 그러나 흡연자의 혈관은 담배의 화학 성분으로 좁아져 있어 제대로 발기가 안된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발기 시 음경의 크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 흡연자는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떨어져 불임이 많다.

◆ 성기능 장애- 불임 유발

▽여성 불감증 및 불임〓여성도 성기에 혈액이 잘 공급돼야 쾌감을 더 잘 느끼는데 이 과정이 방해받으면 불감증이 되기 십상. 또 흡연 여성의 임신 능력은 비흡연 여성의 4분의 3에 불과하다.

▽목 어깨 허리 통증〓흡연은 인대와 근육의 영양 공급을 방해해서 통증을 악화시킨다.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늘 뒷덜미와 어깨가 묵직한 사람은 금연으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미국 헨리 포드 건강재단의 연구결과 흡연자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아이들은 간접흡연으로도 천식, 아토피 피부병, 비염 등을 일으키거나 악화된다. 스웨덴의 매츠 마르손 박사는 “가정에서의 실내 흡연은 일종의 아동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흡연자의 경우 수술 시간이 길어지며 수술 시에 출혈량이 더 많고 마취 시간도 길어진다.

◆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들

▽ 금연패치=패치를 가슴 등 팔에 붙이면 니코틴이 서서히 체내로 투여돼 금단현상을 막을 수 있다. 종합병원의 금연클리닉에서 가장 많이 권장한다. 농도 별 제품이 있고시간이 경과할수록 농도가 낮은 패치를 붙여나간다. 하루 한번씩 3~8주 붙이며 1주일치가 1만5000~3만원.

▽ 금연침=동그란 패치에 6~8개의 이침(耳針)이 달려 있다. 귓바퀴 부분에 놓으면 금연 뒤 불안감이 없어진다. 한번 맞는데 1만~1만5000원. 주 2회씩 4~8주 맞는다. 식욕이 떨어질 수 있고 맞을 때 따끔거리는 게 흠.

▽ 금연초=담배에서 니코틴을 빼서 중독성을 낮춘 '가짜 담배' 특히 금연 기간에 입이 심심해 못 견디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며 2,3주를 사용하면 금연할 수 있다. 한때 타르가 과다함유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가 안전성을 확인했다. 3주치가 13만~20만원.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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