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이노베이션 현장을 가다-2]전문가 한마디/이승규교수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7분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에서 완성될 수 있을까? 거래의 대상이 순수한 디지털 상품이라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음악을 MP3 파일로 다운받든지 인터넷 영화를 감상한다고 하자. 이들 거래는 구매자가 정보를 검색해 구매를 결정한 뒤 주문 배달 지불을 모두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다.

비(非)디지털 물건을 사는 온라인 상점도 마찬가지일까. 그렇지 않다. 대금지불부터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상품을 배달할 때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상점은 고객의 주문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업무를 제3자에게 의존한다.

e풀필먼트란 전자상거래가 완결되도록 하기 위해 상거래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하지 못하는 업무영역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거래대금 지불, 상품의 재고관리, 주문상품의 선별 포장 출하 수송 배달 등 물류관리, 고객문의 및 반품 처리 등이 있다. 웹사이트가 무대의 전면이라면 e풀필먼트는 무대 뒤의 작업이다.

e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를 주업으로 하는 닷컴회사들의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닷컴기업이 100원어치를 팔면 우수한 기업의 경우 15원 정도, 그렇지 못한 경우 20∼30원 정도를 e풀필먼트에 쓴다고 한다. 온라인 거래시 소비자들이 가격인하를 기대하면 할수록 e풀필먼트의 원가경쟁력은 중요하다. 온라인상점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다.

최근 e풀필먼트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전략적 아웃소싱이다. 온라인상점은 자신의 핵심역량인 상품선정과 정보제공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경쟁력을 갖춘 외부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이는 물류산업과 지불 및 보안 솔루션 산업에 중대한 기회가 되고 있다. 10여년 전 모든 회사들이 전산실을 없애고 정보시스템 업무를 시스템통합(SI)업체에 아웃소싱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물류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낙후돼 있다. 그러나 최근 물류분야 선두업체들을 중심으로 물류지식과 정보기술을 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사회적 인프라로서 B2B 전자상거래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진입하면서 e풀필먼트는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교수) skrhe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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