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5월 13일 18시 3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수년 전만 해도 이 회사의 주력사업은 ‘데이터맨’이라는 PC통신용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오상수 새롬기술사장이 무료 인터넷폰 서비스인 다이얼패드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99년 말. 미국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국내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이 회사의 주력사업이 됐다.
‘한 우물을 파야 할까, 새 우물을 파야 할까.’
이제까지 벤처업계에 통하는 정설은 ‘성공하려면 한 우물을 파라’는 쪽이 강했다.
그러나 때로는 과감한 변신도 필요하다. 벤처업계에서 성공한 기업 중에는 적기에 업종을 바꿔 성공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핸디소프트 안철수연구소 나모 소프트맥스 등 오히려 한우물을 파서 성공한 기업들이 몇손에 꼽을만한 상황이다.
닷컴산업의 대표주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새 우물’을 파 성공한 경우다. 95년 이 회사의 이재웅 사장이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처음 시도한 사업은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가 처음 시도한 것은 인터넷 문화웹진 서비스였다. 인터넷 콘텐츠 사업에 매달리면서 수년간 고전이 계속됐다. 97년 미국 ‘핫메일’서비스에 착안해 유사한 ‘한메일’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성공의 전환점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무료 e메일 ‘한메일’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룹웨어분야의 강자인 나눔기술도 창업아이템인 ‘프로그래밍 언어’개발사업을 던지고 일찌감치 그룹웨어 분야에 주력한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지금은 엠플러스텍으로 이름을 바꾼 가산전자도 꾸준한 전업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PC용 가상현실 주변기기’제조업에서 시작했으나 그래픽카드(VGA) 제조로 업종을 바꾸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금은 개인휴대단말기(PDA)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전자결제 보안솔루션 분야의 강자 이니텍.서비스 사업을 전담하는 이니시스를 분사시킨 이 회사의 경우 권도균사장이 데이콤에서 독립해 처음 시도한 사업아이템은 암호화시스템 개발도구였다. 그러나 1개에 1000만원이 넘는 이 소프트웨어를 사줄 곳은 없었다. 오히려 뒤늦게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벌인 전자결제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렸다.
서지현사장이 이끄는 버추얼텍도 처음에는 인트라넷 전문업체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보안전문 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수익모델 부재의 벽에 부닥친 닷컴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아 변신을 시도하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몸짓으로 풀이할 수 있다.
‘런딤’의 성공으로 디지털애니메이션 분야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 이 회사의 첫 사업도 게임수입유통이었다. 지금은 국내 기술과 장비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일본과 미국에 수출하는 국제적인 제작사로 자리 잡았다. 이 회사 이정근사장은 “과거 사업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력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새 사업의 성공도 불가능했다”며 “벤처기업에 있어 시기적절한 변신은 경영의 활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