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IT산업 추진 업무겹쳐 예산만 날린다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26분


정보기술(IT) 산업분야에 정부부처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업무중복과 예산낭비가 심각해지고 있다. 유망산업으로 손꼽히는 IT분야가 부처 이기주의와 공명심 다툼으로 멍들고 있다.

관련업계는 “산업 발전보다 정부부처의 체면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IT 관련 사업에는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중복 실태〓정통부가 조사한 ‘부처간 IT 관련 업무 중복 현황’에 따르면 부처별 중복사업은 19개 분야에 달한다. 기업간전자상거래(B2B), 전자결제, IT인력 양성 등 사실상 IT산업 전분야에서 중복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최근 나란히 발표한 개인휴대단말기(PDA)산업 지원방안은 내용이 대동소이했다는 평가. 정통부는 ‘PDA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산자부는 ‘포스트PC산업 종합육성방안’으로 제각각 발표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외진출 중복은 더욱 치열하다. 산자부는 2월 30평 남짓한 중소기업진흥공단 일본사무소를 ‘IT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꿔 개소식을 가졌다. 이는 정통부가 같은 이름으로 일본에 사무소를 내기 직전의 일.

게임산업단지 조성 사업에서도 산자부와 문광부는 공동사업을 포기한 채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업계는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눈치를 보기 바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세금 낭비는 없나〓부처간 ‘조율’없이 IT지원사업이 난무하면서 혈세가 낭비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업계는 PDA산업과 주문형반도체(ASIC)분야의 지원사업을 산자부와 정통부가 따로 추진하면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특허청은 ASIC과 유사한 ‘회로블록 데이터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2005년까지 86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3중 중복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음성인식분야에서는 산자부가 5년간 매년 10억원씩을 투자하기로 하자 정통부가 1000억원 지원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인찬박사는 “IT는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같은 정책목표가 서로 다른 부처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부처별 IT분야 사업중복 현황
-PDA주문형반도체게임해외센터음성인식기술디지털콘텐츠
정보통신부PDA산업 경쟁력 강화방안ASIC산업 지원방안-해외IT지원센터
(실리콘밸리,베이징)
음성정보처리산업육성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법제정
산업자원부포스트PC산업종합육성방안반도체 혁신 협력사업게임산업단지조성 (파주 예정)일본IT
지원센터
음성인식개발
프로젝트
-
문화관광부--게임단지 조성 (수원 예정)--저작권법 개정
특허청-회로블록 데이터구축----
중기청---한국벤처센터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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