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스크린을 접었다 폈다…'이미디어' 첫선

  • 입력 2000년 12월 3일 18시 57분


세계적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밀레니엄을 앞두고 ‘1000년 타임캡슐’ 시리즈에서 종이 신문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상했다.

“뉴욕타임스가 무엇이었냐고? 신문(newspaper)이란 종이 위에 뉴스를 적은 것이겠지. 뉴욕타임스는 인터넷의 등장이 초래한 ‘디지털 혁명’을 잘못 이해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여러분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이 세상 마지막으로 남은 뉴욕타임스이니 부디 잘 간직해 주기 바란다.”

그로부터 1년. 종이 신문은 ‘종말’의 위기에 처해 있기 보다는 ‘진화’를 통해 거듭나고 있다.

MIT 미디어랩 출신의 학자들이 세운 벤처회사 ‘E잉크’와 루슨트테크놀로지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미디어(Immedia)’가 이런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마우스 패드만한 두께의 이미디어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유연한 컴퓨터 스크린. 그 안에는 미세한 전자 잉크가 들어 있다. 1년전 종이신문의 종말을 상상했던 뉴욕타임스는 이미디어가 무선인터넷과 연결된다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한 뉴스 매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디어가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E잉크사가 개발한 전자 잉크가 처음 적용된 곳은 실리콘 칩으로 만든 박막 스크린. 화면을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부서지기 쉬운 실리콘 칩 때문에 여전히 ‘뻣뻣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루슨트테크놀로지의 플라스틱 회로 기술. 탄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칩을 채택한 이미디어는 마우스 패드 만큼의 유연성을 가지게 됐다.

이미디어에 흠이 있다면 실리콘 칩에 비해 플라스틱 칩이 처리할 수 있는 전류의 양이 낮다는 것. 그러나 E잉크사의 폴 드자이크 박사는 “전자 잉크 역시 전력 소모량이 낮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전자 잉크와 플라스틱 회로는 찰떡 궁합”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발진은 이미디어의 두께를 더욱 줄이고 유연성을 높여 ‘접거나 둘둘 말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실리콘 기술을 응용,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해상도가 높은 스크린을 개발해 언제든지 휴대가 가능한 전자 서적을 만드는 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 손목시계 업자가 우리 기술에 흥미를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시계줄에 정보가 흐르는 세상,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E잉크사의 사장 짐 율리아노의 말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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