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등기소' 커플홈페이지 등록 봇물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7시 33분


인터넷 때문에 바람둥이들의 ‘청춘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을 통해 특정 남녀가 애인을 사귀고 있는지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인 퓨처웍스에 근무하는 최모씨(22)는 애인의 권유로 커플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최씨가 사귀던 또 다른 애인이 검색사이트를 통해 이 커플홈페이지를 발견, 최씨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최근 연인들 사이에 커플홈페이지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사이버 상에 두사람의 ‘결합’사실을 공개하는 것. 바람둥이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애인을

‘문단속’하기에는 이처럼 좋은 방법이 없다.

프리챌(www.freechal.com)의 e커플, 테크노필의 커플코리아(CoupleKorea.hihome.com), 아이웨딩닷넷(www.iwedding.net)의 인터넷예식장 외에 라이코스(www.lycos.co.kr), 넷츠고(www.netsgo.com) 등 10여개의 인터넷사이트가 커플홈페이지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원래 커플홈페이지는 한쌍의 남녀가 자신들의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랑을 확인해가는 사이버공간이다. 추억의 사진, 사랑의 서약, 러브스토리 등을 올리기도 하고 대화방을 통해 둘만의 채팅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 카페의 촛불언약식 대신 커플홈페이지에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사랑의 언약식을 올리는 커플도 있다. 서울 대기업의 대구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환보씨(28)는 “멀리 서울에 떨어져 있는 애인이 걱정돼서 커플 홈페이지를 만들게 됐다”며 “커플홈페이지를 함께 꾸미고 이야기를 나누면 전화통화보다 훨씬 더 깊은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플홈페이지가 때아닌 ‘애인 등기소’ 역할을 겸하게 된 것은 자동등록기능 때문이다.

커플홈페이지를 만들면 이 홈페이지가 네이버, 엠파스 같은 대중적인 검색엔진에 자동등록된다. 일단 등록되면 서비스업체에 본인이 직접 가서 본인임을 확인해야만 삭제할 수 있어 바람둥이에게는 족쇄로 작용한다. 결국 남녀 중 한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커플홈페이지의 존재와 내용이 낱낱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람은 확실히 내 애인이니까 다른 사람은 넘볼 생각을 말라’는 선언이다.

아이웨딩닷넷의 김성현 사장은 “요즘 커플홈페이지 신청을 해오는 연인들이 하루에만 수십쌍에 달한다”며 “사랑을 키우기 위한 경우가 많지만 애인감시를 위해 등록하는 연인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일섭 동아닷컴기자>sis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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