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약국 합법화 '파란불'…법원 "약공급 제한말라"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제약회사가 법인형태의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면 판매업무 정지처분을 하겠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경고처분 집행을 중지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병현·趙炳顯부장판사)는 12일 법인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강정화(姜晶華·40)씨가 식약청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5일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강씨는 식약청의 경고처분이 적법한지를 다투는 본안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정상적으로 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재판기간 중 강씨가 약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것이 예상돼 이같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약사는 개인 명의로만 약국을 설립할 수 있고 ‘법인’을 설립할 수는 없다는 식약청의 약사법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이 정당한지 여부.

약사법 16조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하고 있고 35조는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사고 팔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약청은 이를 근거로 “약국 개설자는 자연인(自然人)이어야 하므로 주식회사 등 법인이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5월12일 강씨의 약국에 약을 공급하면 업무를 정지시키겠다고 57개 제약회사에 경고처분을 내렸다.

식약청의 방침에 따라 전국에 40여개이던 법인약국은 현재 7개로 줄었다.

이에 대해 강씨는 “본격적인 의약분업을 앞두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약품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약국의 법인화가 필수적”이라며 “법무법인이나 의료법인처럼 약국법인을 허용하되 약사 아닌 사람은 법인을 설립할 수 없게 막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는 5월29일 식약청을 상대로 행정소송, 가처분 신청과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조만간 약사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도 낼 예정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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