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뮤니티]주가폭락 '깡통' 찬 개미들, 동호회 잇따라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주가가 널뛰기를 하면서 가진 돈을 반토막내고 속칭 ‘깡통’을 찬 개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하소연하는 인터넷 동호회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수 백 명이 모여 있으며 반토막난 설움뿐 아니라 정보까지 제공하며 재기를 꿈꾸는 모임이다. 이른바 반토막 동호회 또는 깡통동호회들이다.

증권전문 사이트인 팍스넷(www.paxnet.co.kr)에는 연일 주가가 반토막난 개미들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엄청난 하락으로 인해 참으로 비참한 심정이다. 자살을 준비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고 “착하고 불쌍한 개미들만 당하고 어디가서 말도 못한다”는 신세타령도 있다.

올해초 ‘반토막동호회’를 만들어 시삽을 맡고 있는 정달수(39)씨는 “폭락장세에서 반토막이 된 이후 느낀 심적 고통을 같은 처지의 개미들과 이야기하면서 추스려 보려고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개미들이 투자 실패 사례, 기업분석, 인생에 대한 좌절감 등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보도 공유한다”며 “심적으로나 투자에서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토막동호회들의 가장 큰 목적은 하루 빨리 원금을 복구해 깡통 또는 반토막에서 벗어나자는 것. 탈퇴가 목적인 독특한 동호회다. 그래서 회원들을 많이 받지 않는다. 반토막 동호회는 현재 회원이 250명 정도.

또 다른 증권정보사이트인 이큐더스(www.ekudos.co.kr)에는 ‘깡통모임의 동호회’가 결성돼 있다. 이곳은 손해본 개미들의 권토중래를 위한 활발한 정보마당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번 폭등장에서 사실 개미들은 수익이 별로였습니다. 개미들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하늘 모르게 올라가는 주식을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더 빠질 가능성보다 이제는 올라갈 가능성 큰 것 같습니다.”(race61)

깡통동호회는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420만원의 ‘빵나누기 펀드’를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게하는 것은 정신과 상담 치료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라며 “깡통이나 반토막모임이 금전적으로 도움이 안되더라도 자살등 최악의 사태를 막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일섭 동아닷컴기자>sis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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