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아파트로 겨뤄 보세" 현대'광장'-삼성'중림'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숙명의 라이벌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의 격전장이 주택시장으로 옮아갔다.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은 주택시장에서 현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작았지만 96년 이후 꾸준히 투자를 늘려와 현대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가 된 것.

현재 양 그룹의 최전방 싸움터는 ‘사이버아파트’ 시장.

지난해 사이버아파트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삼성물산은 지난달 23일 향후 모든 삼성아파트에 무료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초 수혜 아파트는 10월 입주예정인 서울 중구 중림동아파트.

현대건설은 이튿날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아파트’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하면서 삼성보다 입주가 한 달 빠른 서울 광장동 10차 아파트를 사이버 시범단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입주 가능한 7250가구중 4000가구를 선정해 사이버아파트로 만들기로 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설치할 때 추가되는 비용은 가구당 200만∼300만원 정도여서 양사가 이번 사업에 투입하는 비용은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 아파트 분양률을 높이고 사이버아파트 거주자를 확보해 둠으로써 관련 인터넷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두 번째 격전지는 서울시내 재건축 수주.

이달 18일 사업자 선정이 예정된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에 현대건설은 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개포 1단지는 총사업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추후 발주될 인근 잠실 암사 명일 등 10조원 규모의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어서 양측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

양사는 아파트브랜드에서도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여 삼성이 지난해 ‘쉐르빌’ ‘타워 팰리스’ 등 브랜드를 개발하자 현대는 올해초 ‘하이페리온’ ‘홈타운’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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