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왜 짧은가?]로마황제가 빚은 '2월의 설움'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왜 2월달은 28일 아니면 29일일까. 1년 12달 가운데 2월달만은 유독 다른 달에 비해 2, 3일 짧고 4년마다 윤년으로 정해 하루씩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달력이 해와 달의 움직임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과 함께 양력(태양력)이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수없이 날짜와 달이 조정되어온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은 현재 세계 공통으로 쓰는 달력으로 태양이 춘분점에서 출발해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 오는데 걸리는 시간인 365.2422일을 1년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1년을 정한 것은 기원전 46년 로마제국에서였다.

당시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BC100∼BC44년)가 같은 국가안에서도 지역마다 제각각인 달력을 통일해 12달 중 홀수달은 31일, 짝수달은 30일로 정했다. 1년이 365.2422일이기 때문에 2월은 29일로 하고 4년에 한번씩 2월을 30일로 해서 우수리 날짜를 맞춰 나갔다.

그런데 생일이 7월인 카이사르는 황제로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7월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율리(July)’로 바꾸었다.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한 뒤 권력을 쥔 아우구스투스(BC63∼AD14)는 카이사르를 본떠 자신의 생일이 든 8월에 자신의 이름(August)을 붙였다. 그는 여기서 더 나가 8월이 30일밖에 안돼 황제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2월에서 하루를 떼내와 8월을 31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8월이후 12월까지의 짝수달이 홀수달 대신 31일이 되었고 2월은 평년일 때는 28일, 윤년일 때는 29일로 고정됐다.

율리우스달력은 1582년 로마교황 그레고리우스13세(1502∼1585년)가 부활절 날짜를 바로잡기 위해 새해 1월1일을 지금처럼 고정하고 400년동안 100회씩 이루어지는 윤년을 97회로 조정함으로써 오늘날 널리 쓰이는 양력(그레고리력)으로 완성됐다. 로마를 중심으로 서양에서 쓰이던 그레고리력은 18세기에 비로소 영국에 도입되고 1895년(고종32년)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등 20세기에 들어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양력은 새해의 시작일이 천문현상의 변화와 아무 관계가 없고 2월달의 날짜수가 크게 변화돼 새로운 국제 표준달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새해 첫날은 1년중 밤이 가장 길었다가 ‘해의 기운이 회복돼’ 낮이 비로소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12월22일 또는 23일, 동양에서의 작은 설)로 정하거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았다가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3월21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혁명기에는 10진법에 기초한 혁명력이 한동안 쓰였다가 주변 국가와의 통신 교통 등의 문제로 인해 폐지된 적이 있다.

지금의 양력을 수정해 춘분을 1월1일로 하는 ‘박성래역법’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박성래(朴星來)교수는 “50년대에 양력의 모순점을 없애고 세계 공통의 달력을 새로 만들어 쓰자는 운동이 벌어져 유엔에서 투표까지 실시했다”며 “역법을 개혁하자는 주장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년-윤달 정하는 법▼

태양력에서는 4년에 1번씩 4로 나뉘는 숫자의 해를 윤년으로 정해 2월달을 29일로 한다. 그러나 4로 나뉘는데 다시 100으로 나뉘어지는 해 즉 1700년 1800년 1900년 등은 윤년으로 하지 않고 평년으로 한다. 100으로 나뉘는 해 가운데 다시 400으로 나뉘는 해 즉 2000년은 윤년으로 정한다. 즉 400년간 97회의 윤년이 돌아오는 셈이다.

태음력은 달이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의 기간을 한달(1삭망월〓29.5306일)로 계산한다. 따라서 작은달(29일)과 큰달(30일)을 번갈아 가며 정해 평균 29.5일을 한달로 한다. 태음력에 윤달이 없이 유지하면 8월에 한 겨울이 되거나 1월에 한여름이 되는 등 계절의 변화와 달력이 너무나 맞지 않게 된다.

중국와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년에 7번의 윤달을 넣어 계절이 변화에 달력을 맞추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음력은 태음력이 아니라 달의 움직임에 태양의 움직임을 가미한 태음태양력이다. 그래도 음력만으로는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계절을 24절기로 세분해 보완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써온 태음태양력이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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