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합법화 후 첫 판정…장기 적출, 대기환자에 이식키로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뇌사(腦死)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9일 발효된 뒤 국내에서 처음으로 뇌사판정이 나왔다.

인천 가천의대 중앙길병원 뇌사판정위원회(위원장 윤정철·尹正哲의료부원장)는 15일 뇌출혈로 혼수 상태에 빠진 채 길병원에 입원 중이던 회사원 박모씨(38)에 대해 뇌사 판정을 내렸다

신경과 전문의와 목사 등 7명으로 구성된 뇌사판정위원회는 “두차례 이상 실시된 박씨의 동공반응과 뇌파검사 등 6종의 정밀검진 결과 및 환자 가족의 장기이식 동의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 뇌사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위원장은 “박씨는 자발적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등 뇌사 판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5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두차례에 걸쳐 30분 이상 뇌파반응을 보이지 않아 위원 전원이 뇌사 판정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대한 뇌사 판정을 내린 길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후 박씨의 각막 콩팥 심장 등 7개 장기를 적출했다.

박씨의 장기를 이식받게 될 환자들은 혈액 유전자 신체조직 등이 박씨의 장기에 대해 거부반응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이며 각 환자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는다.

인천에서 철강회사에 다니던 박씨는 평소 두통을 호소해 왔으며 설 연휴 첫날인 4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직장 동료들에 의해 인천 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병원에서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해본 결과 오른쪽 부위 뇌출혈로 확인돼 응급수술을 했으나 박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박씨의 어머니 허모씨(71)가 박씨의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국립의료원 산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는 10일 장기이식센터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길병원으로 박씨를 옮겨 박씨의 장기조직과 비슷한 대기환자들에 대해 선별작업을 벌여왔다.

국립장기이식센터 관계자는 “박씨의 장기는 관련법에 따라 기증자가 속한 1권역(서울 인천 경기 강원 제주) 환자들에게 이식된다”며 “관련법에 따라 이식을 받는 환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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