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엽제 한국에도 대량살포… DMZ일대 315드럼 뿌려

  • 입력 1999년 11월 16일 00시 12분


베트남 전쟁때 사용돼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 고엽제가 60년대 후반 한국에서도 대량 살포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15일 군당국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68년과 69년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일대에 2만1000갤런(약 315드럼)의 고엽제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 근무 당시 고엽제 때문에 임파선암에 걸렸다는 주한미군 출신의 한 퇴역군인의 주장을 최근 미국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보훈혜택을 주기로 결정함으로써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베트남 이외의 지역에서는 고엽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

미 육군부가 존 글렌 미 상원의원에게 96년5월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주한미군 사령부는 68년 1·21사태 이후 ‘식물통제계획 1968’이라는 작전계획을 세우고 비무장지대 일대에 고엽제를 살포했으며 이런 내용을 미 화생방사령부에 보고했다.

당시 사용된 고엽제는 ‘에이전트 오렌지’ ‘에이전트 블루’ ‘모뉴런’ 등 3가지로 서부전선에서 동부전선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155마일 전역에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남북 양쪽의 100m, 전방관측소, 전술도로 주변 30m 이내에 집중적으로 뿌려졌다.

미군측은 고엽제 살포계획을 세워놓고 관련정보를 비밀로 분류한 뒤 한국군에 자세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실제 살포작업에 미군장병을 참여시키지 않고 감독만 했다고 미 육군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군 장병들은 단순히 제초제를 뿌리는 정도로만 알고 아무런 사전교육이나 장비 없이 고엽제를 살포하는 바람에 대부분 후유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엽제는 청산가리보다도 수천배나 독성이 강한 다이옥신 등이 포함된 화학물질로 단 1g으로 성인 2만명을 살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한국에서의 고엽제 살포에 대해 현재로선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으며 사실을 확인중”이라고만 밝혔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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