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산원, 인터넷 도메인정책 「오락가락」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59분


최근 한 국내업체는 ‘www.ci sco.co.kr’라는 인터넷 도메인을 한국전산원에 신청했다가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 회사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미국에서 잘 알려진 회사라 상표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담당자의 답변.

다른 한 회사는 ‘www.micro soft.co.kr’라는 도메인을 신청했다가 회사 명칭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뒤 상호를 아예 마이크로소프트로 고친 끝에 이 도메인을 획득했다.

국내 인터넷 도메인 정책이 일정한 원칙없이 혼선을 빚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www.citybank.co.kr’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국내업체도 있다. 미국의 시티뱅크(citibank)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 때문.

그러나 미국의 저명 언론이나 기업과 이름이 같은 한국판 도메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국의 CNN방송과 같은 ‘www.cnn.co.kr’는 시앤앤커피숍이 홈페이지로 활용하고 있다. ABC방송국과 같은 ‘www.abc. co.kr’나 세계최대의 인터넷서점인 ‘www.amazon.co.kr’ 등 외국기업의 한국판 도메인을 국내업체가 이미 획득해 홈페이지로 활용하는 경우는 부지기수.

미풍양속과 관련한 도메인에도 원칙이 없다. ‘penis(남성의 성기)’ ‘amore(이탈리아어로 창녀)’ ‘sex’ 등의 단어가 들어간 도메인은 버젓이 허가를 내준 반면 ‘carsex’라는 용어를 쓴 도메인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인터넷 도메인은 전세계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회사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외우기 쉬운 이름을 선호하기 마련.

인터넷 관련업체인 썩세스월드 변상신사장은 “도메인 이름은 얼마든지 양도할 수 있는 것인데도 당국이 뚜렷한 원칙 없이 도메인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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