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證市시대(上)]컴퓨터가 투자 『척척』

  • 입력 1998년 3월 16일 20시 11분


체스 게임에서는 세계 챔피언을 누르는 컴퓨터가 바둑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 컴퓨터 계산능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천변만화의 수가 반상(盤上)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바둑은 그렇다치고 주식시장에서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중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경제 정치 사회 국제적인 변수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바둑판보다 변화가 많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식투자 연구가 한국 증권업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1년 전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식 투자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는 대우증권은 종합주가지수와 거래량 및 이동평균선 등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주식선물을 사고파는 시기를 결정하는 ‘타이탄(TiTan)프로그램’을 개발, 실제 투자에 적용하고 있다.

컴퓨터 투자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3천5백만원은 전적으로 컴퓨터의 ‘사자’ ‘팔자’ 신호에 따라 투자하고 3천5백만원은 컴퓨터 신호를 따르되 전문가가 수시로 개입하는 두가지 방식을 비교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간의 판단이 적중할 때가 많지만 6개월간 성적은 컴퓨터가 월등히 앞섰다.

컴퓨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첫번째 방법으로 1억5천만원을 벌어들인데 비해 두번째 방법으로는 1억원을 조금 넘게 벌었다.

대우증권은 ‘타이탄’ 외에 ‘시프로젝트(C―Project)’와 ‘피아이(PI)’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시프로젝트’는 기업의 예상수익과 주가 환율 이자율 등을 입력하면 어떤 종목을 얼마나 사고 팔지를 결정해주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이 선정한 70개 종목을 골라 90년1월부터 96년10월까지 가상투자를 한 결과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의 4.7배인 22.6%의 수익률이 나왔다.

‘피아이’는 목표수익률과 최대손실한도를 입력하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물거래를 어느 수준까지 할지를 결정해주는 프로그램.

대우증권은 수익이 조금 줄더라도 원금을 까먹지 않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운용하는 상품을 1년 전에 만들었다.

1년간 종합주가지수는 10% 떨어졌지만 ‘피아이’는 10%의 수익률을 올렸다. 특히 주가가 3백50포인트 수준으로 폭락한 작년 12월에도 원금을 거의 유지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컴퓨터를 이용한 투자의 효율성이 점차 인정받음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투자가 이미 보편화, 로젠버그자산운용회사는 40억달러에 달하는 전자산을 이같은 방법으로 운용하고 있다.

쌍용투자증권 이상헌(李相憲)투자공학부 대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매매는 이같은 투자 방식이 아직 초기 단계인 한국 증시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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