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하기로 소문난 군사첩보위성. 이를 활용하면 온실효과와 엘니뇨 등 지구적 위기를 탈출할 과학적 해법이 보일까. 또 환경오염 홍수피해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평화적 이용’도 가능할까.
군사 첩보위성 정보의 학문적 활용 가능성이 타진된 것은 지난 92년. 미국 정부가 70명의 과학자에게 비밀취급인가를 내줘 국립정찰국(NRO)과 중앙정보국(C
IA)이 수집한 위성 정보를 면밀히 분석하도록 한 것이다.
MEDEA로 이름 붙여진 이 과학자그룹은 7개 분과로 나뉘어 군사정보를 분석한 뒤 “학문연구에 유용한 자료”라고 결론지었다.
과학자들은 우선 기후변화의 주요변수중 하나인 도시화 진척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의 지구자원위성(ERTS)이 72년 발사된 것을 감안하면 60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군사위성의 정보는 훌륭한 비교자료가 된다는 것.
특히 첩보위성의 정밀성은 민간위성의 관측 오차를 교정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적의 미사일 발사나 탱크 이동을 감지하기 위해 가동중인 첩보위성의 적외선카메라는 화산 활동을 감시 예측하는 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자료가 된다는 것.
MEDEA 과학자들은 첩보위성의 정보를 토대로 12편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1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밀’로 분류됐다. 활용가능성만 타진됐을 뿐 실질적인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군사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첩보위성의 능력 자체가 곧 비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최근 이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군사 예산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서라도 위성정보는 민간의 객관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