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정치토론방, 고학력 독설가들이 물흐린다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검찰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PC통신 토론방에 대해 단속을 벌인 결과 상당수 고학력 「스타독설가」들이 PC통신의 정치토론방을 주름잡으면서 후보들에 대한 저질비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검찰에 적발된 네티즌들 중에는 과학기술원 대학원생인 홍동완(洪銅完·26)씨를 포함해 의사 건축업자 주부 등이 포함돼 있는 등 고학력 네티즌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 독설가로서의 명성이 자자해 PC통신에 자신들의 ID로 글만 띄우면 평균조회수가 1백회를 훨씬 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이 띄운 글은 온갖 저질 비유와 욕설로 이뤄져 PC통신 수사를 했던 서울지검 공안1부가 대검에 수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들이 이처럼 노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후보자들을 비방하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관계자는 PC통신 특유의 익명성과 일종의 영웅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점잖은 용어를 동원, 논리적으로 접근할 경우 말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비유를 사용해 「전투력」을 강화해야 했다는 것. 불구속입건된 의사 K씨는 상대적으로 점잖은 방식으로 특정후보자를 비방했는데 토론에서 밀려 최근에는 사실상 토론장에서 은퇴해야 했다는 것이다. 서울지검 주성영(朱盛英)검사는 『최근 PC토론 문화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격』이라며 『상당수 네티즌들이 PC통신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고 있는데 건전한 토론문화의 정착이 아쉽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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