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등 주요그룹, 위성통신 大戰 『하늘로 쏘아라』

  • 입력 1997년 9월 1일 08시 10분


어린이날이었던 5월 5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이리듐코리아의 직원들은 휴일임에도 거의 출근했다. 세계 최초로 발사되는 저궤도 위성의 발사 성공 모습을 모니터로 직접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밤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드디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이리듐 위성체 5기가 델타Ⅱ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국내 대그룹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하늘의 전쟁」 즉 위성통신대전(大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선경 현대 삼성 대우 금호 한라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21세기 생존전략의 하나로 세계적인 위성이통통신 프로젝트에 지분참여, 하늘을 위성으로 묶는 대역사(大役事)를 추진중이다. SK텔레콤이 지분 4.5%(19억달러)로 참여, 모토롤라사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이리듐」프로젝트는 내년 4월까지 위성 66기를 띄워 내년 9월 가장 먼저 상용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위성을 이용하면 세계 어디에서나 휴대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으며 무선호출서비스뿐만 아니라 데이터통신도 가능해진다. 각국의 무선통신 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프로젝트다. LG트윈빌딩 동관 27층의 전략사업단 위성통신사업팀은 요즘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경쟁그룹들이 잇따라 위성통신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전문그룹을 표방한 LG가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그룹은 지난해 록히드마틴사가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한 멀티미디어 위성통신서비스사업 「아스트로링크」 프로젝트의 참여지분과 사업권 배분문제의 막바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참여 여부를 통보하기로 되어있는데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경기 이천 현대전자연구소의 위성사업단도 후끈한 열기를 뿜고 있다. 이곳 기술진과 미국 로럴사의 기술진이 오는 12월 쏘아올릴 「글로벌스타」의 일부 위성체 제작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미국 로럴과 퀄컴이 주도하는 「글로벌스타」 컨소시엄에 지분참여한 현대전자와 현대종합상사는 위성체 제작과 함께 사업권을 획득한 세계 15개국과 활발한 사업허가권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미 뉴질랜드와 인도에서 각각 사업 허가권과 사업투자 허가권을 따냈으며 8개국과 사업의향서(MOU)를 체결했고 5개국 현지 회사들과 합작사 설립 계약을 마친 상태다. 한편 이 컨소시엄에 참가한 데이콤은 경기 여주에 기지국을 짓고 있는데 내달중 완공 예정이다. 데이콤은 이 사업 말고 또 다른 위성통신 컨소시엄의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삼성 한국통신 신세기통신은 인말새트의 주도로 결성된 「아이코(ICO)」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와 금호그룹은 미 TRW와 캐나다 텔레글로브사가 추진중인 「오딧세이」 프로젝트 참가를 확정짓고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과 현대는 이들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국제통신회선 임대사업을 하겠다고 정부에 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 삼성은 미국 휴즈사가 추진중인 스페이스웨이 프로젝트에 5% 내외의 지분참여를 할 계획이다. 현대는 연말께 위성궤도를 분양받은 뒤 2000년경에 독자위성을 발사,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아이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21세기에는 위성으로 뒤덮인 하늘 아래서 첨단통신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하늘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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