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밤 「행성들의 빛」이 춤춘다

  • 입력 1997년 8월 14일 20시 25분


여름이 가기 전에 밤하늘에서 낯익은 이름들을 하나하나 찾아 보자. 「태양계 가족」 행성이 벌이는 릴레이 경기가 늦여름 밤하늘을 수놓아 맨눈과 일반 망원경으로도 행성을 관찰할 수 있다.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지구에서 가까운 별들이 밤하늘에 차례차례 뜨고 지는 모습을 살피려면 지금이 가장 좋다. 릴레이의 첫 주자는 「비너스」 금성. 여름밤 초저녁 서쪽 하늘에선 금성의 짧은 산책이 이뤄진다. 금성은 해가 지자마자 떠올라 밝은 빛을 발하지만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미의 여신」답게 금성은 불과 1시간만에 아름다운 모습을 감춘다. 밝기는 ―4등급으로 눈부시게 밝다. 금성의 다음 주자는 화성. 머나먼 지구에서 「패스파인더」라는 사절단을 맞고 있는 「붉은 별」 화성은 남서쪽 하늘에서 처녀자리의 일등성 「스피카」 곁을 느릿느릿 어슬렁거린다. 광도는 1등급. 목성이나 금성에 비해 다소 어두운 편이다. 극지방의 드라이아이스층인 흰 「극관」을 확인할 수 있으면 관측에 성공한 셈이다. 릴레이는 동쪽 하늘로 이어진다. 화성 관측에 지칠 무렵이면 목성이 등장한다. 목성은 단연 여름 천체관측의 스타. 새벽까지 ―2.8등급의 광도로 빛난다. 여름의 길잡이 별인 거문고 자리의 일등성 「직녀」의 밝기를 무색하게 한다. 목성의 자전(自轉) 주기는 약 10시간. 여름밤을 꼬박 지샐 각오만 하면 하룻밤 사이에 목성의 모든 면을 다 만날 수 있다. 성능좋은 망원경이 있다면 표면의 자전 속도가 다른 것도 눈치챌 수 있다. 목성은 딱딱하지 않은 물질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적도 부근과 극지방의 자전 속도가 서로 다르다. 목성 주위를 맴도는 위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관측의 목표는 위대한 천문학자 갈릴레오의 이름을 딴 4개의 위성. 20개가 넘는 위성 가운데 가장 밝은 4개에 첫 발견자인 갈릴레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위성의 그림자를 목성 표면에서 찾아보는 것도 포인트. 목성의 뒤를 이어 동쪽 하늘에선 토성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토성은 주위의 띠가 특징이다. 일반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 안성천문대 김지현대장은 『여름밤은 해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태양계의 행성을 순서대로 관측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평소 해와 달이 지나가는 길을 눈여겨 봐두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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