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鍾來기자」 한 차례의 해커 침범을 견디지 못하고 만 5년동안 제공돼온 홈뱅킹 서비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PC통신회사의 접속망은 곧 폐쇄되고 공공통신 하이넷P망(01410)과 은행 자체의 전화접속망만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홈뱅킹 서비스망 가운데 60%가량의 통로가 닫히게 되는 셈이다.
이번 은행과 PC통신사의 재계약 공방 뒤에는 전산망 보안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룰 수밖에 없는 「불안」이 숨어 있다. 해킹이나 첨단 범죄를 막는 예방 기술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증거다.
홈뱅킹은 지난 91년 8월 PC통신 천리안을 통해 처음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주부 직장인 학생 등의 인기를 한 몸에 누려왔다. 은행에 가는 번거로움 없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잔액과 입출금 내용을 알아보고 계좌를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는 고객에게 은행의 문턱을 한층 낮추었다.
올들어 홈뱅킹의 이용횟수가 월 평균 2백만건에 달한다. 인기있는 은행은 10여만명이 넘어서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PC통신망을 통한 홈뱅킹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은행은 수많은 통신 거래가 창구로 이전되어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용자도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 과거의 불편을 다시 겪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겉으로 볼 때 전산망 보안에 대한 은행과 PC통신회사의 책임 떠넘기기 양상이다.
각 은행은 은행감독원에 이달 20일까지 통신망 보안대책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PC통신사와 보안문제 책임 여부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것이다. 최악에는 대부분 은행이 서비스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은행의 한 관계자도 『PC통신사가 재계약을 미루는 것은 결국 전산망 보안의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번 일을 통해 정보 보안의 현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PC통신사를 통한 홈뱅킹 서비스 중단 위기를 맞음으로써 향후 인터넷 등을 이용한 온라인 상거래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 등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상거래(EC)가 활성화되고 있는 마당에서 전산망의 근본인 「보안 문제」를 풀지 않고는 온라인거래가 「공상의 세계」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정보보안이 정보사회를 열기 위한 최우선과제라는 것이 이번 사태가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