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김 대리 어딨어?” “집에서 일하는데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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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10년째 함께 일해 온 미국의 사업 파트너는 그동안 딱 두 번 만났다. 5년째 협업하는 또 다른 파트너는 수시로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회의를 하는 경우는 1년에 1, 2번 정도이다. 얼마 전 대학교 4학년 학생을 파트타이머로 고용했다. 이 학생은 사진으로도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전화통화는 딱 한 번 했다. 이 학생은 훌륭하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2007년 1인 회사를 설립한 뒤로 나에게 정시 출퇴근이란 것은 없어졌다. 그날의 동선과 기분에 따라 작업실 혹은 집에서 일하고, 때론 미술관 카페에서 하루를 보내며 회의도 하고, 일한다.

“출퇴근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얼굴을 꼭 마주 보고 일해야 할까?” 최근 다녀온 ‘미래형 인재들의 일하는 방식 리모트워크(remote work)’ 세미나에서 최두옥 스마트워크 디렉터와 한창훈 커뮤니케이션 코치가 던진 질문이었다. 이들은 머지않아 한국의 직장인이 양분될 것으로 본다. 비싼 물가의 도시에서 출퇴근하며 일하는 사람과 물가가 싸고 살기 좋은 도시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하며 일하는 사람으로. 두 사람은 네덜란드를 비롯하여 여러 국가를 다니며 장소와 상관없이 일하는 리모트워크 실험을 직접 해왔고, 그로부터 얻게 된 노하우와 통찰을 공유했다.

“직원들은 이곳(사무실)에서 일이 잘되기 때문에 출근합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유럽에서 원격 근무를 실시하는 한 기업 담당자가 ‘직원들이 꼭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때론 출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었다. 이 기업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 놓았고,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게 했다. 회사는 일을 하기 좋은 장소로서 카페나 집과 일종의 경쟁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직장인에게 자유롭게 일할 곳을 결정하라면 얼마나 직장에 나와 일하고 싶어 할까?

도유진 씨는 세계 25개 도시를 방문하여 장소와 상관없이 일하는 기업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 ‘디지털 노마드’라는 책을 썼고 ‘원웨이 티켓’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는 출퇴근이 사라진, 하지만 디지털을 활용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나와 있다. 도 씨는 유명한 홈페이지 제작 도구인 워드프레스를 만든 오토매틱이라는 회사의 원격근무에 대해 다룬다. 영국과 미국에 사는 두 사람이 온라인으로 일하면서 창업한 이 회사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화상통화나 대면 면접 없이 채팅과 시험 과제 수행만으로 채용을 한다. 직원들이 사교성이 높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휴가일수도 자신이 알아서 정한다. 지난 10년 동안 자발적으로 떠난 직원은 10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1년에 3, 4주는 함께 모여 얼굴을 보며 일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 공간에 모여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며 일하고, 이메일로도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수시로 불러 놓고 회의를 하며, 정해진 시간에 같이 점심 먹고, 심지어 휴가도 비슷한 시기에 가는 문화에 익숙해 있다. 우리 직장의 현실은 리모트워크와는 멀어 보인다. 하지만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하는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리모트워크가 점차 현실이 될 것이다. 사무실에서 ‘눈에 보이는’ 직원이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도 곧 낡은 것이 될 것이다. 직장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0년 뒤에도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자 한다면, 리모트워커로서 자신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좋다. 핵심은 프로그래밍에서 글쓰기, 디자인에서 컨설팅 등 자기만의 확고한 전문 기술을 갖추는 것이다. 지금도 원한다면 한국에서 지내며 해외의 리모트워크 실시 기업에 지원할 수도 있다. 리모트워크 관련 키워드(flexjob, remote work)로 검색해보자. ‘매일’ 출근해 시키는 일만 하는 ‘성실한’ 직원보다는 목표만 주어지면 통영이든 방콕이든 일본의 작은 시골이든 자신만의 계획과 아이디어로 일을 추진하고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다. 올여름 휴가는 국내외 자신이 좋아하는, 하지만 물가는 싼 도시에서 지내며 리모트워커로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출퇴근#리모트워크#원격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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