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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부르면 안 오고, 안 부르면 굳이 오는 넌… 고양이

입력 2016-06-14 03:00업데이트 2016-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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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고양이의 간질간질한 매력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착각과 실수를 엮어 웃음을 자아낸다. 모비 제공
국가 전체가 고양이 ‘덕질’(‘오타쿠’를 말하는 ‘오덕후’와 ‘질’의 합성어로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드는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나라로 일본과 영국이 있다. 영국 BBC에서 내놓는 고양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명목은 고양이 생태 연구지만 실은 그저 고양이를 고화질로 감상하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를 카메라로 ‘핥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일본은 유독 고양이를 앞세운 드라마와 영화가 많다. ‘구구는 고양이다’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처럼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잔잔히 그려낸 이른바 ‘고양이 힐링물’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더해 고양이가 추리를 하고(‘삼색 고양이 홈스의 추리’), 점을 치고(‘검은 고양이, 때때로 카페’), 택시기사가 되는가 하면(‘고양이택시’), 심지어는 사무라이의 동료가 되기도 한다(‘고양이 사무라이’).

올해 1월 BS저팬에서 방송한 ‘고양이와 고와모테’는 고양이 감상을 넘어 ‘고양이 덕질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드라마다. ‘고와모테’는 외모나 분위기가 험상궂어 사람들이 알아서 잘 대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일본어. 주인공 겐조(다나카 고지)는 사람들이 길에서 슬슬 피하는 고와모테 그 자체지만 속은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캉말캉한 중년 남자이자 고양이 ‘덕후’다. 그는 홀로 고양이마을부터 고양이학교까지 도쿄 곳곳의 고양이 명소를 방문한다. 그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올드팝 명곡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가 대체 뭐기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9일 개봉한 일본 영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전체 관람가)는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영화다. ‘개파’였던 복싱선수 미쓰오(가자마 슌스케)가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냥줍(고양이+줍다)’한 뒤 변해 가는 일상을 그렸다. 제목 그대로 고양이는 부르면 안 오고, 안 부를 때는 굳이 오는 동물이다. 무릎에 철썩 붙어 애교도 피우고 퇴근하면 마중도 나오지만 충성이나 복종이 아니라 대등한 높이에서 관계를 맺는다. 그렇기에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 마음을 열고 일상을 허락하는 과정은 마치 인간 사이의 연애처럼 섬세해야 하고, 때론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중하다. 여름이면 땀처럼 털을 뿜을지라도, 주인이 아니라 집사 취급을 할지라도, 고양이 끼고 드라마를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지덕지한 이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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