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大國서 强國으로”… 전환기 맞은 국내 유화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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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연중기획/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범용제품 위주로 덩치만 키워 2013년 이후 수출액 줄곧 내리막
바이엘 등 獨기업, 고부가 생산 확대… 10%대 영업이익률 꾸준히 유지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1990년 13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증가해 2005년 200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를 넘어섰다. 내수시장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기업들은 범용 제품을 위주로 생산하면서 덩치를 급격히 키웠다.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한국이 지난해 850만 t으로 미국(2900만 t) 중국(2100만 t) 사우디아라비아(1600만 t)에 이어 세계 4위권이다.

하지만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013년(484억 달러)에 정점을 찍고 2014년(482억 달러)과 지난해(378억 달러)에 이어 감소하고 있다. 국내외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은 2010년 64.9%에서 지난해 80.1%로 높아졌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생산 대국(大國)에서 생산 강국(强國)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전환기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대량생산과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규모 위주 성장’은 더이상 어렵다는 것이다. 범용 제품은 석유 등 천연자원이 원료가 되기 때문에 해외 자급률 상승이나 국제 정세뿐 아니라 국제유가 변동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주요 8개사 기준)은 2010년 10%를 넘어섰지만 2012∼2014년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서 5%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4년엔 3%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엔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50달러 미만으로 급락하면서 영업이익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대외 여건에 취약한 실정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2012∼2014년 3, 4%대 영업이익률을 낼 때 바스프와 바이엘 등 독일 화학기업들은 여전히 10%대를 유지했다. 연구개발(R&D)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며 사업구조를 고도화한 덕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은 대내외 여건이 변동하더라도 실적 부침이 크지 않다.

최근 일본 화학기업들도 ‘차량용 리튬전지분리막’ ‘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고무(S-SBR)’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등 자동차용 신소재를 중심으로 기능성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한화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선진국처럼 대외 경기 변화에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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