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운영 미숙-흥행 부진… 한계 보인 ‘오일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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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수도 도하의 모습은 7년 전인 2004년 탁구세계선수권 취재 때문에 왔던 바로 그 도시가 맞는지 헷갈릴 만큼 달라졌다.

당시엔 ‘이토록 황량한 곳에서 국제대회가 열렸구나’라고 생각했다. 중심가인 코니시 지역엔 높은 건물이라야 셰러턴호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뉴욕 맨해튼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마천루로 빽빽하다. 아라비아해가 맞닿는 이 지역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의 화려한 도심으로 탈바꿈했다.

카타르의 고속 발전은 ‘오일머니’의 위력 때문이다. 1만1437km² 면적에 인구 169만 명의 작은 나라인 카타르는 1920년대만 해도 고기잡이와 진주조개 채취가 주요 산업이었다. 하지만 1940년대 초반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현재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2조3835억 L, 천연가스 매장량도 석유로 환산해 최소 2조2881억 L로 추정된다. 석유자원으로 벌어들이는 게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8000달러(2009년 기준)를 넘을 만큼 돈이 넘쳐 웬만한 것은 거의 다 수입한다. 실제로 대형 쇼핑몰에선 청과물 등 먹을거리를 포함해 카타르에서 생산되는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스포츠 메카를 목표로 삼은 체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카타르 축구대표팀의 거의 절반인 10명이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귀화한 선수다. 엄청난 투자 덕분에 2006년 아시아경기를 개최한 데 이어 한국을 따돌리고 2022년 월드컵 유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었나 보다.

대회 운영에서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 인구가 적은 탓인지 대회 운영에 필요한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경기장과 메인프레스센터를 오가는 셔틀버스 기사가 길을 잃고 헤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흥행도 부진하다. 개막전에서 카타르가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진 영향도 있겠지만 적은 인구의 한계가 있는 것 같다. 9일 기자회견에서 대회조직위 관계자들은 “왜 이렇게 관중이 없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들어야 했다. 개막전에만 3만7143명이 입장했을 뿐 한국-바레인전 6669명, 중국-쿠웨이트전 7423명, 일본-요르단전 6255명 등 다른 경기엔 관중석이 많이 비었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카타르 스포츠. 이번 대회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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