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외교안보팀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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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어제 “포용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포용정책이 북 핵실험을 가져왔다는 지적은 인과관계를 따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포용정책의 실패를 솔직하게 자인(自認)하지는 않았다. 그저께는 핵실험을 “당장의 위협은 아니다”거나 “작은 문제”라고 가벼이 표현하며 “지나친 안보민감증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안이한 인식은 청와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팀 속에서 함께 흐른다. 핵실험은 포용정책의 실패를 말해 주는 것으로, 결코 ‘작은 문제’일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말장난하듯 해서야 될 일인가.

외교안보팀은 그동안 대북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긴급상황 대처능력은 낙제점이었다. 국정원은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도 “징후가 없다”고 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햇볕정책 하나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이 핵개발의 한 토양이 됐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햇볕정책 ‘하나 때문’은 아니라고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팀은 7월 북 미사일 발사 때도 계속 한가한 소리를 하다 막상 상황이 터지자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헛소리를 했다. 수해물자를 계속 북에 보내고 결과가 뻔한 남북 장관급회담을 강행하더니 북의 핵실험 선언을 접하고도 시멘트를 북에 보냈다. 북의 핵 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는커녕 ‘자주’ 구호를 합창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에 매달렸다.

북핵 상황을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방치한 책임을 묻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서도 외교안보팀을 다시 짜야 한다. 잘못된 정책 입안자들은 변명과 호도(糊塗)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존의 팀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대북정책 변화를 국내외에 확실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도 외교안보팀을 쇄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과 우방들에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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