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 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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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김창남 엮음/267쪽·1만 원·숨비소리

소주를 한 병 이상 안 파는 술집. 그 때문에 일흔이 다 된 주인 할머니는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어느 날 소주를 다 마신 남자가 술 한 병을 더 달라고 조른다. 물론 할머니는 손님의 요구를 거절한다. 실랑이 끝에 남자는 굉장히 기분이 나빠져 술집을 나간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한다. “쪼다 같은 놈,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 되지.”

생각을 바꿔 보자. 그러면 닫혔던 문이 열리고 막혔던 문제가 풀린다. 그만큼 발상의 전환은 우리의 삶을 차지고 아름답게 하며, 거칠고 팍팍한 삶에 윤기를 더한다.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는 논술 고사의 핵심도, 21세기 최고의 경쟁력도 ‘남다른 생각’이다. 하지만 세상을 다르게 볼 방법은 무엇일까? ‘8인의 명사가 전하는 색깔 있는 멘터링’에 그 실마리가 있다.

개그맨에서 시인까지, 이들이 전하는 창의성의 기본은 자유로운 사고다. 우리는 여러 가지 형식에 길들여져 형식 바깥의 것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딱딱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 고정관념은 종종 우리의 사고를 위축시키고 문제를 꼬이게 만든다. 엉뚱하기 짝이 없는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확장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롱과 풍자를 속성으로 하는 코미디가 심각, 엄숙의 대명사인 뉴스와 결합된 개그 프로그램을 보라. TV나 카메라를 단 휴대전화는 또 어떤가. 상상력과 창의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니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물을 연결해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나 창의성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주변 것들에 대한 열린 마음과 버려진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서 생겨난다. 이 책의 멘터들이 상상력을 위해 한결같이 시 읽기를 권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애착과 새로운 관점이란 면에서 시를 능가할 장르는 없기 때문이다.

미래는 상상력이 곧 생산력인 시대다. 그 미래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있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없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한정된 수요 안에서 유혈 경쟁을 치르는 핏빛 바다(레드 오션)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실제 사례들을 들어보자. 그들이 예견하는 새로운 사회와 미래의 삶은 세상을 헤쳐 나갈 남다른 안목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고 이 책은 말한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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